ADVERTISEMENT

독자에서 작가로...'더,오래' 글 모아 전자책 출판한 송미옥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송미옥(60) 작가는 중앙일보 더오래팀이 꼽는 모범 사례다. 일반 독자에서 ‘더,오래’에 기고하는 필자로, 그 글을 모아 이번에 전자책까지 출판한 작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더오래팀이 기획한 ‘58년 개띠 인생샷’ 독자 응모 이벤트에 응모한 글이 시작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글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시골 생활 이야기를 써보지 않겠냐고 두 달 넘게 설득한 끝에 더오래팀의 필진으로 합류했다.

이후 주 1~2회 ‘살다보면’을 연재하며 팬층을 넓혔다. 송 작가는 험난하고 우여곡절 많았던 삶에서 얻은 지혜를 담담하고 쉽게 풀어낸다. 이 때문에 필진 사이에서도 송 작가의 글을 챙겨 보는 사람이 많다.

팬을 자처하고 나선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은 “송 선생의 글은 솔직하고 진실성이 있다. 에세이, 수필은 그런 점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작가의 글을 볼 때는 좀 모자라서 아쉽다면, 송 선생은 그런 강점이 두드러진다. 삶을 돌아보며 자기 성찰을 하는 글이 많아서 교훈이 된다”고 말했다.

‘더,오래’를 만들고 이끌어 온 정경민 중앙일보 디지털사업국장은 “송 작가는 흔히 쓰는 쉬운 단어로 글을 쓰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글 속에 생명력이 살아있다”고 평했다.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린 글을 모아 더오래팀의 출판 브랜드 ‘더,오래 이야기’가 지난 15일 송 작가의 전자책을 냈다. 출판을 기념해 송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더오래팀에서 출간한 송미옥 필자의 전자책 '살다보면' 표지.

더오래팀에서 출간한 송미옥 필자의 전자책 '살다보면' 표지.

전자책 출판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지난해부터 꿈속에서 헤매듯이 붕~ 떠서 삽니다. 하하하. 인생은 관 뚜껑 덮을 때까지는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최고의 신문에 지식도 빽도 스펙도 없는 보통사람의 글도 실어주셨다는데 우선 감사드리고 싶어요. 신문에 올라오는 글은 너무 위대한 글이라서 도통 무슨 말인지 보통사람들은 어렵거든요.

제 글을 많이 봐주시는 것은 그냥 시장통에서, 미용실에서 서로 공감하고 대화하는 소소한 이야기라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아요. 최고의 신문에 이름을 올렸으니 내 인생 성공담에서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싶네요. 공유해주고 읽어주는 독자들께 늘 감사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자책에 들어간 글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요?
내가 쓴 글이 전부 내 새끼라 다 사랑스럽지만 가장 좋았던 건 새엄마 이야기예요. 요즘은 재혼 가정이 많아서 새엄마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새엄마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 글을 쓰게 된 거지요.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뒤늦게 고해성사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느낌으로 쓰던 기억이 남네요.

남편과 이별하는 이야기, 송이버섯 안주 삼아 술 한잔하고 떠난 글에 독자분들이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안동까지 찾아와서 차 한잔 나누고 가시기도 하고요. 다음 주에도 몇 분이 오신다고 예약되어 있어요. 내 인생에서 참 기쁜 날들이지요.

그동안 연재한 게 벌써 70회를 넘었는데요.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지난해 초 ‘58년 개띠 인생샷’ 환갑기념 이벤트를 연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름으로 열심히 앞만 보고 헤쳐 온 내 인생도 성공이란 이름으로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삶의 이야기를 글도 보내달라는 말에 기쁘고 힘들었을 때 차곡차곡 모아둔 글을 써 보내기로 했고요.

어려웠던 점은 아직 없고 당황했던 점은 있습니다. 부부관계 대화법이나 생각 나누기, 동물 이야기에서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의 생각과 모습이 너무 달라서 욕도 엄청 많이 먹었지요. 그래도 내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닌지 사람에게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공법을 이용하면 모든 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란 마음이 되더라고요. 읽어주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고맙더라고요. 하하.

즐거웠던 점은요?
날마다 즐겁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묻습니다. 신문사에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있냐고요. 중앙 일간지에선 보통사람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고요. 내가 보통사람의 대표지요. 빽도 스펙도 없고 청소하는 사람이지만 열심히 살면 이런 복도 온다는 걸 증명합니다. 어쩌면 하늘에 있는 남편이 신문사에 압력을 넣어서 이런 행운도 있는 건가 싶네요. 하하하.

그리고 3D 업종의 하나인 청소일은 선진국에서는 박사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대우받는 일이에요. 청소는 박사, 검사, 의사 ‘사’자 쓰는 분들도 우리 몸을 청소해주시는 등 기본으로 하는 겁니다. 높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은 고급 청소한답시고 연장으로 입으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지만 우린 사람을 상쾌하고 기분 좋게만 하니까 우리가 최고로 대우받아야 할 환경 지킴이 기술자입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중앙일보에 과학 관련 글을 10년째 쓰신다는 선생님의 메일에서 저의 소소한 글이 ‘고향을 그려주고 갈라져 피 나고 아픈 가슴에 발라주는 연고 같다’는 격려 말씀에 한동안 정말 행복해서 비행기 탄 기분으로 글이 막 나오던 시간도 있었어요. 해외 사시는 분들에게는 고향 작은 동네의 풍경으로 남게 되길 바라기도 하지요. 저로 인해 남이 웃을 때가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앞으로 글쓰기에 대한 생각도 알려주세요.
어제는 ‘인생후루츠’라는 영화를 봤어요. 내 삶과 닿아 있는 것 같아 깊이 감동했습니다. 젊을 때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지만 누구나 다 상을 탈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즐겁고 재밌는 인생을 살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처럼 남편과 오랜 세월 함께하진 못했지만 아이들과 형제들 앞에서 ‘살아온 삶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하고 떠난 남편 덕분에 내가 기가 살아서 이러고 사는 것 같아요.

생각하니 남편은 내게 평생 멋진 ‘적군’이 되어 준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나한테는 무조건 져주던……. 그 삶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 나이는 위로는 80~90대의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과 더불어 손주들까지 시중들어야 하는 기막힌 삶의 중심에 있답니다. 이리저리 채이다 보니 마음에 병도 많이 쌓여요.

요즘 내 글을 읽는 지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좀 써보라고 불러주셔서 행복한 외출이 잦습니다. 나이 들면서 원대한 목표나 큰 계획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냥 오늘 아침을 맞이한 것에 감사하고, 오늘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오늘 일어날 내 주위의 모든 일에 앞장서지 말고 산수공법(곱하기·나누기·더하기·빼기)을 적용하여 한발 물러서서 이해하다 보면 하루를 의미 있고 알차게 살지 않을까요?

글을 쓸 수 있는 동안 이웃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