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60) 작가는 중앙일보 더오래팀이 꼽는 모범 사례다. 일반 독자에서 ‘더,오래’에 기고하는 필자로, 그 글을 모아 이번에 전자책까지 출판한 작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더오래팀이 기획한 ‘58년 개띠 인생샷’ 독자 응모 이벤트에 응모한 글이 시작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글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시골 생활 이야기를 써보지 않겠냐고 두 달 넘게 설득한 끝에 더오래팀의 필진으로 합류했다.
이후 주 1~2회 ‘살다보면’을 연재하며 팬층을 넓혔다. 송 작가는 험난하고 우여곡절 많았던 삶에서 얻은 지혜를 담담하고 쉽게 풀어낸다. 이 때문에 필진 사이에서도 송 작가의 글을 챙겨 보는 사람이 많다.
팬을 자처하고 나선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은 “송 선생의 글은 솔직하고 진실성이 있다. 에세이, 수필은 그런 점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작가의 글을 볼 때는 좀 모자라서 아쉽다면, 송 선생은 그런 강점이 두드러진다. 삶을 돌아보며 자기 성찰을 하는 글이 많아서 교훈이 된다”고 말했다.
‘더,오래’를 만들고 이끌어 온 정경민 중앙일보 디지털사업국장은 “송 작가는 흔히 쓰는 쉬운 단어로 글을 쓰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글 속에 생명력이 살아있다”고 평했다.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린 글을 모아 더오래팀의 출판 브랜드 ‘더,오래 이야기’가 지난 15일 송 작가의 전자책을 냈다. 출판을 기념해 송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 전자책 출판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 지난해부터 꿈속에서 헤매듯이 붕~ 떠서 삽니다. 하하하. 인생은 관 뚜껑 덮을 때까지는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최고의 신문에 지식도 빽도 스펙도 없는 보통사람의 글도 실어주셨다는데 우선 감사드리고 싶어요. 신문에 올라오는 글은 너무 위대한 글이라서 도통 무슨 말인지 보통사람들은 어렵거든요.
제 글을 많이 봐주시는 것은 그냥 시장통에서, 미용실에서 서로 공감하고 대화하는 소소한 이야기라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아요. 최고의 신문에 이름을 올렸으니 내 인생 성공담에서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싶네요. 공유해주고 읽어주는 독자들께 늘 감사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 이번 전자책에 들어간 글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요?
- 내가 쓴 글이 전부 내 새끼라 다 사랑스럽지만 가장 좋았던 건 새엄마 이야기예요. 요즘은 재혼 가정이 많아서 새엄마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새엄마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 글을 쓰게 된 거지요.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뒤늦게 고해성사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느낌으로 쓰던 기억이 남네요.
남편과 이별하는 이야기, 송이버섯 안주 삼아 술 한잔하고 떠난 글에 독자분들이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안동까지 찾아와서 차 한잔 나누고 가시기도 하고요. 다음 주에도 몇 분이 오신다고 예약되어 있어요. 내 인생에서 참 기쁜 날들이지요.
- 그동안 연재한 게 벌써 70회를 넘었는데요.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 지난해 초 ‘58년 개띠 인생샷’ 환갑기념 이벤트를 연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름으로 열심히 앞만 보고 헤쳐 온 내 인생도 성공이란 이름으로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삶의 이야기를 글도 보내달라는 말에 기쁘고 힘들었을 때 차곡차곡 모아둔 글을 써 보내기로 했고요.
어려웠던 점은 아직 없고 당황했던 점은 있습니다. 부부관계 대화법이나 생각 나누기, 동물 이야기에서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의 생각과 모습이 너무 달라서 욕도 엄청 많이 먹었지요. 그래도 내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닌지 사람에게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공법을 이용하면 모든 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란 마음이 되더라고요. 읽어주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고맙더라고요. 하하.
- 즐거웠던 점은요?
- 날마다 즐겁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묻습니다. 신문사에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있냐고요. 중앙 일간지에선 보통사람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고요. 내가 보통사람의 대표지요. 빽도 스펙도 없고 청소하는 사람이지만 열심히 살면 이런 복도 온다는 걸 증명합니다. 어쩌면 하늘에 있는 남편이 신문사에 압력을 넣어서 이런 행운도 있는 건가 싶네요. 하하하.
그리고 3D 업종의 하나인 청소일은 선진국에서는 박사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대우받는 일이에요. 청소는 박사, 검사, 의사 ‘사’자 쓰는 분들도 우리 몸을 청소해주시는 등 기본으로 하는 겁니다. 높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은 고급 청소한답시고 연장으로 입으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지만 우린 사람을 상쾌하고 기분 좋게만 하니까 우리가 최고로 대우받아야 할 환경 지킴이 기술자입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중앙일보에 과학 관련 글을 10년째 쓰신다는 선생님의 메일에서 저의 소소한 글이 ‘고향을 그려주고 갈라져 피 나고 아픈 가슴에 발라주는 연고 같다’는 격려 말씀에 한동안 정말 행복해서 비행기 탄 기분으로 글이 막 나오던 시간도 있었어요. 해외 사시는 분들에게는 고향 작은 동네의 풍경으로 남게 되길 바라기도 하지요. 저로 인해 남이 웃을 때가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 앞으로 글쓰기에 대한 생각도 알려주세요.
- 어제는 ‘인생후루츠’라는 영화를 봤어요. 내 삶과 닿아 있는 것 같아 깊이 감동했습니다. 젊을 때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지만 누구나 다 상을 탈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즐겁고 재밌는 인생을 살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처럼 남편과 오랜 세월 함께하진 못했지만 아이들과 형제들 앞에서 ‘살아온 삶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하고 떠난 남편 덕분에 내가 기가 살아서 이러고 사는 것 같아요.
생각하니 남편은 내게 평생 멋진 ‘적군’이 되어 준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나한테는 무조건 져주던……. 그 삶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 나이는 위로는 80~90대의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과 더불어 손주들까지 시중들어야 하는 기막힌 삶의 중심에 있답니다. 이리저리 채이다 보니 마음에 병도 많이 쌓여요.
요즘 내 글을 읽는 지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좀 써보라고 불러주셔서 행복한 외출이 잦습니다. 나이 들면서 원대한 목표나 큰 계획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냥 오늘 아침을 맞이한 것에 감사하고, 오늘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오늘 일어날 내 주위의 모든 일에 앞장서지 말고 산수공법(곱하기·나누기·더하기·빼기)을 적용하여 한발 물러서서 이해하다 보면 하루를 의미 있고 알차게 살지 않을까요?
글을 쓸 수 있는 동안 이웃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