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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장학금 기본, 유럽·미국 여행비도 준다”…하동군 장학금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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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해외탐방에 나선 하동 중학생들이 UN을 견학하고 있다.[사진 하동군]

지난해 해외탐방에 나선 하동 중학생들이 UN을 견학하고 있다.[사진 하동군]

경남 하동군 고교생 50명은 25명씩 2개 팀으로 나눠 지난 15일부터 2주간 서유럽과 미국 동·서부 문화탐방에 들어갔다. 서유럽팀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프랑스 파리대학 등 4개 대학을 견학한다. 독일 뮌헨공과대에선 유학생과 간담회를 하며 유학정보를 얻는다. 물론 버킹엄 궁전, 로마 바티칸 같은 명소도 구경한다.

하동군 장학재단 146억 기금 확보 #연간 기탁금만 10억원 “전국 최고” #16개 장학·교육환경 개선사업 펼쳐 #학부모 “학비 들 일 없고 혜택많아”

미국 탐방팀은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인 하버드·예일대 등 5개 대학을 방문해 재학생과 미팅을 하며 교과과정과 학교생활을 알아본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전시관과 페이스북 본사를 견학하고 그랜드캐니언과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명소도 관광한다.

하동군 고교생이 유럽·미국의 명문대와 명소를 탐방하는 것은 하동군 장학재단(이사장 이양호)이 1억원을 지원해 가능했다. 장학재단은 2015년부터 중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해외탐방을 지난해부터 고교생으로 확대했다. 학생 1인당 비용(평균 400만원)의 50%를 지원한다.

고 3 아들을 둔 강모(47)씨는 “돈이 많이 들고 아들 혼자 보내기 겁났는데, 장학재단 지원으로 교사들과 함께 작년에 아들이 2주간 유럽 탐방을 다녀왔다”며 “중학교 나 고등학교 때 한 번만 기회를 주기 때문에 많은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유럽과 미국으로 해외문화 탐방을 떠난 하동 고교생.[사진 하동군]

15일 유럽과 미국으로 해외문화 탐방을 떠난 하동 고교생.[사진 하동군]

인구 5만명 수준인 ‘시골’ 하동군 장학재단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기금)은 146억원. 하동군 출연금 86억2500여만원, 출향인사 등 내외 군민 기탁금 59억9000여만원으로 마련됐다. 경남 도내 18개 시·군 중 의령군 201억원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의령군은 군 출연금이 212억원, 내외 군민 기탁금이 19억원으로 대부분 군 출연금으로 마련됐다. 나머지 시·군은 수억원에서 100억원 정도다.

하지만 하동은 군민 기탁금이 2016년 10억3000만원, 2017년 8억7900만원, 2018년 10억5300만원에 이르면서 연간 수억원에 지나지 않는 18개 시·군보다 월등히 많다. 김은두 하동장학재단 사무국장은 “하동군민 기탁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주민과 기업, 출향인사가 합심한 결과”라고 말했다.

장학재단에 따르면 매월 소액이지만 장학금을 자동이체하는 지역 내외 군민은 1600여명, 월 기탁금은 1700만원에 이른다. 하동군 공무원 710명도 동참하고 있다. 재선인 윤상기 군수는 매월 30만원씩 자동이체하는 등 지금까지 4150여만원을 기탁했다.

진양 정씨 하동군종친회는 문중기금 6000만원을, 청년 벤처 사업가 에코맘의 오천호 대표는 2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군민 기탁금은 민선 3~5기 12년 동안 13억9600여만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민선 6기가 시작된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36억3600여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우수대학 진학생 초청 간담회 뒤 기념 촬영하는 하동출신 대학생과 지역인사들. [사진 하동군]

지난해 우수대학 진학생 초청 간담회 뒤 기념 촬영하는 하동출신 대학생과 지역인사들. [사진 하동군]

장학금이 늘어나자 재단은 성적 우수·등록금 지원·다자녀가구 장학금 등 장학사업 8개를 운영 중이다. 또 초·중·고 방과 후 수업비 지원, 고교생 통학 버스 지원, 원어민 보조교사 지원 같은 8개 교육환경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 등 이른바 ‘SKY’와 전국 의대·치대·한의대에 진학하거나 재학학점 평균 3.0 이상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도 한다. 재단 관계자는 “연간 지원금액이 12억여원이나 돼 하동의 초·중·고생 3100여명은 전국 최고 수준의 혜택을 본다”고 자랑했다.

장학재단은 지금까지 주로 이자수입으로 3467명에게 장학금 36억원을 지급하고 교육환경사업에 60억원을 지출했다. 자율학습을 하는 고교의 원거리 학생에게는 통학 버스를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횡천초등교는 지난 14일 전국 100대 우수 방과 후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동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2011년부터 정부 지원 등을 받지 못하고 자부담하는 학생의 고교 입학금과 수업료(분기별 평균 20만원)도 지원한다. 군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북 전주에서 하동으로 이사한 권모(51)씨는 “SKY에 입학하면 학비를 지원하는 장학제도가 있어 남편의 은퇴와 함께 하동에 이사했다”며 “하동에서는 학비 들 일이 없는 것 같다. 공부 등을 잘하면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고교 입학 때 장학금 5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하동지역 고교생과 지역 인사들.[사진 하동군]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하동지역 고교생과 지역 인사들.[사진 하동군]

이양호 장학재단 이사장은 “내외 군민이 보내준 정성과 사랑으로 하동의 미래 인재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돕겠다”고 말했다.

하동=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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