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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대기오염 줄이라"는 2016년 OECD 경고 들었더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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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국민의 고통 지수가 높아졌다. 공기 오염 때문에 수십 m 앞이 안 보여 교통사고까지 나던 베이징에서 살았던 기자가 보기에도 이번 상황은 심각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씁쓸하다.

만일 2016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나온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의 경고를 지나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한국이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할 경우 조기 사망률이 향후 40년 이후에는 현 수준보다 3.1배 급증할 것"이라는 게 당시 보고서의 경고였다.

같은 해 7월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우리나라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40년이란 시간이 너무 멀게 느껴진 탓인지 그 뒤 뾰족한 대책이 나왔단 기억은 없다.

이번에도 상황이 악화하자 따라가기 바빴다.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화력발전 상한제약은 응급처방이다.

어떻게 하면 오염을 줄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오염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인구 증가, 도시 집중화, 급격한 에너지 소비 증가다. 첫째 요인은 한국과 연관이 적고 남은 두 가지가 주원인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도시화율은 82.5%이며 이미 90% 이상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최종에너지 기준)는 1990년 7470만TOE(석유발열량으로 환산한 석유환산톤)에서 2017년 2억3390만TOE로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왔다.

설사 소비가 늘어도 오염은 막으려면 에너지 대부분이 원자력·태양광·수력·천연가스 등으로 충당돼야 한다. 문제는 원자력 비중은 줄어드는데 다른 에너지원 비중은 획기적으로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990년 1.1%에서 2017년 5.4%가 됐지만 갈 길이 멀다.

대기 오염 문제는 문재인 2기 국정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임기 중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 때문에라도 그렇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해야 다음 소를 키운다.

에너지 소비 줄이기와 효율 높이기는 필수다. OECD 35개국 중 33위인 한국의 에너지원단위(에너지 효율성 지표)는 개선이 시급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염 요인의 회피·감소 및 혁신을 들며 연비 기준 강화, 에너지 가격 개혁을 통한 화석 연료 낭비 유인 없애기 등을 제안했다.

국제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중·일 3국의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2000년~), 미국 나사와의 공동연구(2016년) 등이 정책 제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유진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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