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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위 오른 50대, 노후 빈곤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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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성동구 김모(50·여)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52)과 맞벌이해서 월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세금이나 아파트 대출금·보험료 등을 떼고 나면 700만~800만원이 남는다. 여기서 아이들(중2, 고1) 학원비로 200만원이 넘게 나간다. 70, 80대에 접어든 양가 부모님 용돈과 병원비도 적지 않게 나간다. 김씨는 “나름대로 번다고 버는데 어떨 때는 경조사비 낼 현금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며 “남편이 중간에 퇴직하거나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 전에 부지런히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실제로는 아파트 한 채 빼고는 별로 준비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861만 명 기록 … 40대 처음 제쳐 #자녀 학비·혼수비용 뭉칫돈 필요 #명퇴·임금피크제로 소득은 급감 #“자녀 결혼 간소화, 정년 연장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0대는 ‘낀 세대’다. 이런 50대가 한국 인구에서 1위로 올라섰다. 14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18년 주민등록 인구’에 따르면 50대가 861만5884명으로 1년 새 12만5680명 늘었다. 전체 인구(5182만6059명)의 16.6%를 차지한다. 2008~2017년 40대가 가장 많았는데, 10년 만에 40대를 제쳤다. 1971년까지 한 해 신생아가 100만 명이 넘었는데 그 이후 계속 줄면서 50대가 가장 많은 시점에 다다랐다. 출산율 변화에 따라 92~97년에는 20대가, 98~2007년에는 30대가 가장 많았고 이제는 50대가 20~40대를 압도하는 시대가 됐다.

서울 성동구 김씨는 스스로를 ‘신(新)걱정층’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에 50대의 현주소가 함축돼 있다. 50대가 한국 사회의 주력이 됐지만 마냥 박수만 칠 수 없는 상황이다. 50대는 화려하다. 50대는 가구소득이 7292만원(2017년)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한국은행 자료). 회사나 사업이 정점에 다다르면서 소득이 따라간다. 자산도 4억8021만원(지난해 3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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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겉은 화려하나 속은 빈곤함)이다. 근로소득은 40대보다 적고, 가구 지출과 부채가 40대 못지않게 높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50대가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때다. 애들 학비에다 결혼 비용이 뭉칫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50대는 55세 무렵에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다. 서유정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50대의 경우 명예퇴직이나 임금피크제 시행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실직 등의 사유로 소득이 급감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은 50대를 ‘10년 후 빈곤 위험 세대’로 부른다. 김 소장은 “50대 중반에 주된 직장에서 밀려난 뒤 제2의 일자리를 잡아도 소득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이런 50대가 계속 늘어날 텐데 국가적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10년 후 노후파산으로 이어지고, 국가와 미래세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태 교수는 “자녀 결혼식을 간소화하는 등 50대 스스로 지출을 줄이고, 정부가 정년(만 60세)을 연장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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