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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월 200만, 부모엔 100만원” 노후자금 가불하는 5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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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0대 중반 주된 직장 은퇴→다른 일자리 구해도 소득 절반으로 하락→자녀 교육비·결혼비용 지출→부모 요양비·의료비 지출→60대 이후 중산층 탈락.’

50대 지출은 로켓, 소득은 절벽 #55세 전후 주된 직장서 밀려나 #월 지출 296만원, 40대 못지않아 #전문가 “초고령화 시대 노후 파산 #일본보다 10년 앞당겨질 가능성”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이 14일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 소장은 이날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2018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보고 50대의 앞날을 이렇게 내다봤다. ‘지금 이대로 가면’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과거 30년 인구구조의 변화를 보면 50대가 한국의 최다 인구가 된 것은 그리 새로은 게 아니다. 출산율이 줄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만 해도 전체 가입자 중 40대가 28.9%, 2017년에는 28.3%로 가장 많았다. 2018년에는 50대가 28.4%가 되면서 40대(27.7%)를 밀어냈다. 연금 가입자는 직장인·자영업자·전업주부 등이 망라돼 있다. 50대가 최다 인구가 될 때까지 복지시스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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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직장에서 밀려나는 은퇴 연령은 55세 전후다. 법정 정년을 60세로 정했지만 주된 직장 은퇴 연령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운 좋게 세컨드 잡을 잡아도 대개 소득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다. 이런 데라도 구하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 절벽’에 맞닥뜨린다.

이 와중에 ‘지출 로켓’ 시기를 맞는다. 50대는 지출이 가장 큰 시기다. 월급봉투는 얇아지는데 씀씀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017년 50대가 가장인 가구의 월 평균 소비 지출은 296만원이었다. 40대(317만원) 못지않다.

회사원 신모(55·경기도 용인시)씨는 가구 소득이 1억원을 넘지만 노후를 생각할 때마다 저절로 이마가 찌푸려진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노모를 보살피느라 10년간 매달 100만원가량 지출했다. 지난해엔 장모가 경증 치매 진단을 받고 집 근처로 이사 왔다. 신씨는 “병원비가 월 100만원 이상 들지만 아내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보며 고생해 나도 장모님을 끝까지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에 유학 중인 둘째 아들(25)에게 매달 200만원을 보낸다. 신씨는 “큰아들(30)이 결혼할 때 전세자금 2억원을 대줬다. 노후 자금을 헐어쓴다”며 “2~3년 지나 은퇴하면 ‘소득 절벽’을 헤어날 길이 없다”고 말했다.

50대 중산층도 중위소득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위험에 처한 50대가 향후 10년 동안 계속 늘어나게 된다. 김 소장은 “일본은 90년대 초 고령화가 시작된 지 20년 만에 ‘노후 파산’이 유행했는데, 한국도 10년 지나면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50대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나이였다. 이들은 80년대 저금리·저유가·환율 약세 등 이른바 ‘3저 호황’으로 일자리 걱정이 거의 없었다. 97년 외환위기 때까지는 ‘큰 걱정’을 몰랐다. 그래서 50대는 기업에서는 ‘별(임원 승진)’을 다는 나이로, 전문직·자영업자들에겐 지위와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로 통했다.

하지만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자녀·부모 부양에 ‘낀 세대’가 된 지는 오래다. 청년 취업난 때문에 자녀 돌봄 기간이 늘고, 평균수명이 늘면서 노부모 부양 비용도 늘고 있다. 더 오래, 더 강하게 낀 세대가 된다.

김진웅 NH증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노후 생활기간은 22~24년인데 국내 50대 직장인 10명 중 4명 정도만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8년 전후에 60대가 전 연령대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지금 60대는 가난을 수용하는 세대지만 50대 이하는 그렇지 않다”며 “고령 일자리 창출과 재교육이 필요하고 은퇴자를 위해 여가생활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재·박형수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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