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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30% 감축” 문 대통령 공약 부메랑…3040 엄마들 가장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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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관계자들이 14일 광화문 인근에서 배출가스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관계자들이 14일 광화문 인근에서 배출가스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거무튀튀하지 않은 곳이 없었던 14일 민심은 온종일 들끓었다. 직장인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 구내식당은 어디든 사람들로 붐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감옥이 따로 없다” “인생 최악의 미세먼지 날” 같은 하소연이 빗발쳤다. 국민의 해우소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관련 청원이 줄을 이었다.

노후차 운행 제한 등 대책 냈지만 #시민 “중국 영향 큰데 정부 뭐하나” #야당 “중국에 강하게 할 말 해야”

그중에 특히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사람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렸다.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라는 타이틀로 두 페이지에 걸쳐 관련 대책을 나열했다. 크게 ①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 ② 강력하고 촘촘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수립 ③ ‘미세먼지 대책기구’ 설치 ④ 한·중 정상외교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 대책 추진 등 네 부분으로 돼 있다.

정부는 이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9월과 11월 노후 석탄화력 폐지,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확대, 클린디젤 정책 폐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눈은 중국을 향해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기 관련 자료를 공유하며 “중국의 악영향이 자명한데, 정부가 미온적이다”는 불만이다.

이 날 오후 5시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 대기환경 정보.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이 날 오후 5시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 대기환경 정보.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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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초미세먼지는 국가적인 현안으로, 공동 대응하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달 류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되레 관련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더 강하게 할 말을 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168㎍/㎥이고, 서울 여의도의 미세먼지 농도도 168㎍/㎥이다. 백령도에 무슨 노후 경유차가 있나. 시민과 영세사업자들에게 미세먼지의 책임을 씌우지 말고 중국에 할 말을 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이날 미세먼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故) 박종철 열사 32주기에 대한 추모 발언은 나왔지만 미세먼지 관련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의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장인 송옥주 의원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환경부 실무 차원에서도 양국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연구한 보고서도 올해 안에 나온다. 대중 관계는 다층적 요인이 있는 점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세먼지 관련 이슈에서 정부·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만이지만 특히 3040 여성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갤럽이 2017년 6월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81%, 40대 여성의 70%가 ‘미세먼지로 매우 불편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50%대 안팎인 다른 연령대나 남성들과 비교하면 10~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당시 갤럽은 “30대와 40대 여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 중에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등 서쪽 지역에서 불편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이슈에 민감한 3040 여성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다. 지난해 말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졌지만, 3040 여성들은 50%대 후반~60%대 중반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쳤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봄철에 대기 질이 더 나빠지면 생활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고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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