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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TV 특집 「학생은 떠나고 교실은 비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산적한 사회문제 중 가장 뿌리깊고 그만큼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농촌문제와 교육문제며, 이두 문제가 가중 결합된 「농촌교육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3일 밤10시 방송된 KBS-lTV 특집 다큐멘터리 『교육을 걱정한다』 시리즈 여섯번째 프로그램인 「농촌교육, 학생은 떠나고 교실은 비고」(연출 조대현)는 이러한 농촌교육문제를 제기, 흥미·오락위주의 TV프로그램 홍수속에서 방송이 가지는 현실진단의 고급기능을 보여줘 돋보였다.
굵직한 나무막대기를 들고 뒷짐진 채 오가는 감시자의 눈길아래 엎드려「정신」「통일」을 번갈아 외치며 팔굽혀펴기를 하고있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담고있는 첫 장면은 마땅히 충격으로 받아들여져야 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다. 「입시」라는 지상목표를 향해 반복되는 수동적인 훈련이 우리사회의 교육양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갈은 비정상적 교육이 근대화의 희생양이기를 강요당해온 농촌현실과 결합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특집은 전형적 농촌으로 전남함평군을 선택, 현지의 고교생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해 나갔다. 농촌현실을 상징하는 한 농업고등학교의 재학생수는 83년 8백95명에서 89년 4백70명으로 반감했으며, 이들 농고출신중 농촌에 정착하는 학생은 그나마 20%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도시로 떠났다.
농촌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도시와 마찬가지로 명문대 합격률로 학교의 우수성이 평가되기 때문에 입시에 승부를 걸기는 마찬가지. 결국 도시보다 낮은 10%의 대학 진학생을 위해 나머지 90%의 학생들은 소외된 가운데 교육아닌 훈련에 끌려다니다 졸업, 비생산적인 3년을 보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농민들은 가난을 대물림해주지 않기위해 당하고만 살아온 농촌생활을 떨치고 도시로 향해버려 그나마 가르칠 학생이 없다.
『농사지어 자식교육 못시킨다』는 농촌 현실과 『도시에서 공부해야 좋은학교 갈수 있다』는 입시위주 교육은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점차 농촌을 페허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고향의 상실」이라는 감상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역사가 초래한 사회·경제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회존립의 기반이 허물어져 가는 과정이다.
특집은 많은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했지만 현상을 분석,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문제해결에 함께 고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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