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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3일 만에 2차 소환조사…영장 청구 이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4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14시간30분 조사에 이어 사흘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 12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을 다시 찾아 전날 작성된 조서를 꼼꼼히 열람했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조상원 특수3부 부부장검사(46·연수원 32기)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조사는 통합진보당 지위 확인 소송과 헌법재판소 견제, 블랙리스트 판사 사찰 등 혐의에 대해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부인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은 관심사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다. 지난해 12월 7일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연수원 12기)‧고영한(64‧11기) 전직 두 대법관과 함께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을 앞둔 지난 7~8일 박‧고 전 대법관을 추가 소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3명에 대한 동시 영장 청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한 달 이상 보강 수사를 해온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으로 정점을 찍은 검찰도 민생 수사 소홀이라는 내부 비판과 2월 평검사 인사, 설 연휴 등을 감안해 적어도 1월말에는 기소 전 영장 청구로 수사를 매듭을 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법원 분위기에서는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법조계 출신 정치인도 이날 영장 기각을 예상했다. 부장검사를 지낸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성향 고위 법관들은 ‘이게 재판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냐’고 본다. 기각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법원이 더 전직 대법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양 전 대법원장 영장 발부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7일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12월 7일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뉴스1]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사도 이같은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최정숙(52·23기)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지난 12일 취재진에 “기소 전에는 사건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영장 청구 단계보다는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 더욱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사상 첫 대법원장 소환에 따른 향후 재판 결과 예측에도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를 둘러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직무 권한 밖인데다 해당 판사가 재판 거래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무죄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3년치 업무수첩에 나온 표시와 법률사무소 김앤장 내부 문건에 따라 대법원장 지시가 확실하니 유죄라는 견해도 있다.

 이날 검찰도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판은 개입이 불가능하니까 죄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절대 안 해야 할 재판에 개입했으니 죄가 무거운 것이지, 불가능하니 개입해도 죄가 안 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직권남용으로 구속된데다 재판 개입 증거는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맡은 판사 출신 변호사는 “거래를 해서 재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다”며 “강제징용 담당 대법원 연구관에게 지시를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연구관은 어디까지나 보조 인력”이라고 말했다. 2015년 1월에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조치’ 문건에서 시작된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대법원장이면 인사권자”라며 “정치적인 입장이 아닌 성과에 따른 인사를 했다는 점도 재판에서 입증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진호‧김민상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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