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악 미세먼지에도 문 연 눈썰매장…마스크 쓰면 괜찮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광진구의 뚝섬유원지눈썰매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썰매를 타고 있다. 편광현 기자

서울 광진구의 뚝섬유원지눈썰매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썰매를 타고 있다. 편광현 기자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뚝섬유원지눈썰매장.

잿빛 하늘 아래 어린이와 청소년 등 100여 명이 하얀 인공눈 위에서 썰매를 타고 있었다.

이날 광진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오후 3시 기준으로 ㎥당 14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매우나쁨(76㎍/㎥)’ 기준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쓴 채로 썰매를 끌고 가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반 이상은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썰매를 탔다.

딸과 함께 썰매장을 찾은 김모씨(50)는 “잠깐이라도 바람은 쐐야 하니까 나왔다”며 “마스크를 쓰면 괜찮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뚝섬눈썰매장 관계자는 “평소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온 것 같다”면서도 “미세먼지가 심해도 문을 닫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구로구의 안양천눈썰매장에서 사람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편광현 기자.

13일 서울 구로구의 안양천눈썰매장에서 사람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편광현 기자.

주말이었던 13일 오후에도 서울 구로구의 안양천눈썰매장에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입장하는 문 앞에는 유아용 미세먼지 마스크가 비치돼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10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청광장 스케이트장은 13일에 이어 14일에도 운영을 중단했다.

9살 아들과 스케이트장을 찾은 허진희(41)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 앞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매우나쁨’보다 더 최악인 서울 공기

서울광장 앞 전광판에 미세먼지 주의보 안내 문구가 보인다. 변선구 기자.

서울광장 앞 전광판에 미세먼지 주의보 안내 문구가 보인다. 변선구 기자.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틀째 ‘매우나쁨’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오후 3시 기준으로 118㎍/㎥를 기록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75㎍/㎥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와 인천 역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114㎍/㎥, 98㎍/㎥으로 ‘매우나쁨’ 수준을 기록했고, 전국 대부분이 올해 들어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따라, 13일에 이어 14일에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에서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지난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과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광주, 전북에서도 이날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고농도시 취약계층 보호책 마련해야”

하지만, 눈썰매장이나 스케이트장 등 아동·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야외 시설은 비상저감조치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가 문을 열었다. 미세먼지 등 공기질에 따른 운영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설들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위탁 운영하고 있다.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지자체 담당자가 매일 안전점검을 하러 오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접 주최하는 야외 행사나 시설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중단 또는 축소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자치구 별로 사정이 다르고 민간업체와 계약 관계가 있다 보니 대처가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일 때는 유아 등 민감군의 경우 가급적 실내활동만 하고 실외 활동 시 의사와 상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장애 등 태아와 어린이 성장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들의 경우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면 호흡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영유아들이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해관 성균관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농도 상황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건 간접흡연을 하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치명적이다”며 “아이들은 호흡량이 성인보다 많아서 미세먼지의 유해성분이 더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고농도 발생 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편광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