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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영기의 시시각각

노영민, 탈원전 출구전략 마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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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전영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권의 목엣가시는 탈원전 정책이다. 탈원전을 계속 하자니 공기는 더러워지고(대만 국민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시킨 가장 큰 이유가 미세먼지 발생 문제) 전기값은 올라가고 수출·산업·일자리가 파괴된다. 탈원전을 포기하자니 지지자들한테 공약한 게 신경쓰이고 어느덧 탈원전 예산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해 앙앙불락하고 있다. 이 목엣가시는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정권 내부의 모순을 격화시켜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있다. 공포 마케팅을 일삼는 환경 탈레반들의 말만 듣고 “탈핵 국가를 선언”했던 문 대통령이 1년 반만에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간 단 한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안전원전을 실토한 모순을 정권이 스스로 해소해야 할 궁박한 처지다.

재계 인사 첫 만남 박지원 회장으로 #신울진 3·4호 건설을 돌파구로 삼길

‘문빠’들의 공격이 겁나 침묵하던 민주당 안에서도 마침내 다른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노후 석탄화력을 줄이는 대신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송영길 의원이 11일 똑부러지게 말한 것이다. 내년 봄 총선을 의식해 바닥 민심에 예민해진 집권당 국회의원이 청와대에 올린 상소문같다.

정부 쪽에선 탈원전 그룹의 중심 멤버인 문미옥 과기정통부 차관이 “탈핵은 대선 때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정치적 구호였다”고 한발 뺐다(중앙일보와 10일자 인터뷰). 억장이 무너진다. 그 정치적 구호가 만들어낸 광풍 때문에 멀쩡하게 진행되던 원전 6기 계획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렸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당사자 수만명의 가슴에 맺힌 한과 응어리는 누가 책임져 줄건가. 이들의 비탄과 절규는 한겨울 길거리에서, 혹은 온라인(okatom.org)에서 ‘탈원전 반대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서명운동’으로 이어져 지난 주 2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응답하는 제도도 있는만큼 이제 노영민 비서실장이 나설 차례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정책기조는 안 바꾸고 보완만 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에 따라 나라 경제가 망가지면 그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이 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정책을 보완할 사람은 신임 노영민 실장이다. 노 실장이 신한울 3·4호기만은 다시 짓도록 해 탈원전 정책의 심각한 부작용을 막아주길 바란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회장 박지원)은 국가와 계약을 맺어 신한울에 들어갈 원자로 등 약 5000억원어치 부품을 제작했으나 이 정부의 갑작스런 백지화 방침에 따라 창원 공장 빈터에 그냥 세워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5000억원 배상에 따른 민형사상 문제를 청와대나 산업부(장관 성윤모), 발주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떠맡아야 한다. 세월이 지나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문 대통령이 공무원과 민간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강요,직권남용,민사상 책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노영민 실장은 두루 살펴 대통령에게 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박지원 두산중 회장을 만나 실상을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마침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도 당당하고 투명하게 경제계 인사 만나라”고 지시했으니 다른 재벌 회장들을 만나기 앞서 박지원 회장의 애로사항부터 청취하는 게 맞다고 본다.

노영민은 친문 세력 가운데 드물게 국회 산자위원만 6년을 할 만큼 기업과 국부를 키우는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대통령한테 “문재인 정부에서 최소한 2~3개 산업 정책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뜻을 이루려면 ‘이 정부가 세계에서 제일 경쟁력 높은 원자력 산업을 죽였다’는 소리를 안듣게 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