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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덮친 주말 "키즈카페 대기 1시간…한달 넘게 못나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의 한 키즈카페 앞에 부모들이 대기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한 키즈카페 앞에 부모들이 대기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13일 낮 서울 시청광장의 스케이트장.

주말을 맞아 스케이트를 타러 나온 인파로 가장 붐빌 시간이지만, 이날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입구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놓여 있었다.

두 아들을 둔 김봉준(42)씨는 “주말이라 아이들과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잠깐 돌아다니는 것 자체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여의도의 한 실내 쇼핑몰.

한산했던 시청광장과 달리 유모차를 탄 아이와 부모들로 북적였다.

키즈카페 앞에는 정원 초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한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키즈카페 직원은 “입장하려면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미세먼지 때문인지 오늘 특히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8살 아이와 함께 온 이가영(30)씨는 “겨울에는 날씨가 춥거나,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심해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며 “오늘 같은 날에는 실내공간으로 오더라도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올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4살 딸과 대기 중인 홍은호(40)씨도 “춥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와 야외에 나가본 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국내 오염 더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오전 인왕산길에서 바라본 남산타워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오전 인왕산길에서 바라본 남산타워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오후 4시 기준으로 ㎥당 7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12㎍/㎥로 ‘매우나쁨(76㎍/㎥ 이상)’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와 충북, 전북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 수준을 기록했고, 전국 대부분이 올해 들어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 등 국외발 미세먼지가 유입된 상황에서 중국 북부지방에 자리 잡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 정체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오염물질까지 더해져 고농도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물청소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물청소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는 올해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주말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건 재작년 12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전국 곳곳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 가동이 일부 제한됐고, 대기배출 사업장과 건설공사장도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또, 786대의 도로청소차가 투입돼 수도권 주요 도로에 물을 뿌렸다.

다만, 휴일인 점을 고려해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와 서울지역의 2.5t 이상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은 시행되지 않았다.

14일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14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또다시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최악의 공기질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후 국립환경과학원 예보관은 “중국 북쪽의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중국, 북한 등 국외발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남동진해 14일 낮동안에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광주, 전북은 ‘매우나쁨’ 수준까지 농도가 치솟겠고, 그 밖의 지역도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14일에도 수도권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15일에도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유지하겠다.

다만, 낮동안에 대기확산이 원활해지면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남쪽으로 내려가 중부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권필·편광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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