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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양말 내보인 최태원 "내 워라밸은 꽝···행복 찾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사내) 구성원과 올해 안으로 100회 소통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임직원과 대화에서 나선 최태원 SK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에 열린 이 날 행사에는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은 이들도 있었다. 최 회장은 “여러분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부러 점심시간에 잡은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안으로 회사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만남은 100번 토론의 두번째 걸음이다. 최 회장은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런 솔루션은 구성원 자신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 를 마친 뒤 구성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줄무늬 양말을 꺼내보였다. 사진 위 작은 사진은 최 회장의 줄무늬 양말을 확대한 장면. [사진 SK]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 를 마친 뒤 구성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줄무늬 양말을 꺼내보였다. 사진 위 작은 사진은 최 회장의 줄무늬 양말을 확대한 장면. [사진 SK]

이런 취지에 맞춰 이날 행사는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됐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최 회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은 “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점수는 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라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가 이어지기 때문에 솔직히 제게 워라벨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여러분도 저처럼 하시라고 말하면 제가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최 회장이 임직원과 나눈 질의응답 중 일부다.

-팀원이 팀장을 선택하고 팀장이 임원을 택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떨까요.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애 셋 아빠다. 남성 육아 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
“여러분,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봅시다.”

최 회장의 파격은 질의응답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회사 임직원 앞에서 신고 있던 줄무늬 양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양말 하나에 변화를 줄 때 주변에서 뭐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며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최 회장은 조직과 제도ㆍ사람 변화를 통한 행복을 강조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ㆍ제도ㆍ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 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줄무늬 양말까지 공개한 최 회장의 파격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그는 행사장 바닥에 바짓바람으로 주저앉아 두 손을 맞대 하트 모양을 만든 다음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 회장은 “여러분들도 각자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달성함으로써 다 같이 ‘행복 트리(tree)’를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SK 관계자는 “경영 현장을 찾아 소탈하게 대화하는 최 회장의 현장 경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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