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에 출장 나온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2016년 남한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근황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탈북 고위층들의 생활이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들은 인용해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대표적인 탈북민 인사다. 북한 간부들이 태 전 공사의 근황을 궁금해한다는 사실은 최근 그의 친구라고 알려진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 대리의 잠적이 알려진 이후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 2015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할 정도로 김씨 일가와 가까운 인물이었다.
RFA에 따르면 중국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하순 평양에서 온 북한의 고위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며 “그가 대화 도중 태 전 공사의 근황을 물어 적잖이 놀랐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북한의 고위 간부가 남한으로 탈북하거나 망명한 북한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며 근황을 물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남한의 지인들을 통해 들은 태 전 공사의 근황에 관해 자세히 말해주자 그가 차분히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나도 얼마 전에 북조선의 무역 간부를 만났는데 태 전 공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태 전 공사의 탈북을 비난하려고 물어본 건지, 아니면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건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다만 그는 나에게 ‘중앙당에서 태 전 공사의 망명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줬다”며 “실제로 태 전 공사의 망명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면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고 동요가 일 수 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는 태 전 공사 망명을 대놓고 비난하지도 못하고 쉬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