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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이냐 라이벌이냐…주목받는 이해찬과 노영민의 ‘2기 당ㆍ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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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갈등 관계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민주당 3선 의원)
“비서실장 그립이 강하면 당 대표는 불편하다.”(민주당 전직 의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만난 11일 당내에서 나온 엇갈린 평가다. 이처럼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조성된 ‘2기 당ㆍ청 관계’는 기대감 뿐아니라 긴장감도 배어있다. 일단은 기대감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한 중진 의원은 “두 사람이 스타일에 차이는 있지만 1970년대 초ㆍ중반에는 학생운동을 했던 끈끈함, 현재는 친문이라는 일체감이 있다. 당ㆍ청 관계에 시너지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인왕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1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인왕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노 실장이 이 대표를 만난 국회 당 대표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대표는 “비서실장님께서는 산자위 위원장을 하셔서 경제에도 아주 전문성과 식견을 가져서 매우 든든하다. 청와대가 책임감이 무겁고 어려운 곳이라 건강 조심하시면서 대통령 모시고 국정이 원활히 되도록 최선 다해 주시고 당에서도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 대표와는 특수 관계”라며 자신이 초선 의원 때(17대)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를 지지한 인연을 공개했다. 이어 “정치를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고 존경했고 따랐던 대선배님”이라고 추켜세웠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이해찬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이해찬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정부로서도 두 사람의 시너지는 절실하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고전중이고 고용 동향 등 경제 상황도 만만찮다. 문 대통령은 2기 당ㆍ청에 많은 과제를 던져놓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노 실장을 가리켜 “국회 산자위원장도 했기 때문에 산업 정책에 밝고 산업계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점이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대통령의 신년 회견을 보면 경제 문제에 상당히 무게 두고 있다. 실장님이 경제 문제 푸는 데 힘이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민주당에서 여전히 ‘산업통’으로 평가받는다. 노동운동을 하다 전기사업에 뛰어들어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과거 공장 4개를 운영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고 한다. 당에서 “사업 안 해본 사람은 정치를 모른다”고 후배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우상호 의원은 “운동권 중에 경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대야 관계에서도 노 실장이 적지 않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3선 의원 출신인 노영민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라인이 여ㆍ야ㆍ청의 대화를 더 무게감 있게 이끌며 꼬인 정국을 풀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노 실장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면 이 대표의 ‘동선’과 겹칠 수 있다는게 문제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경륜과 카리스마를 앞세워 취임후 당ㆍ청 관계를 주도해 왔는데 그립이 강한 비서실장이 등장하면 대표의 존재감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패배 당시 친문 핵심들이 모여서 만든 ‘부엉이 모임’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 홍영표 원내대표 등과 가깝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 대표 취임후 당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노 실장은 당내 친문 핵심들과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위치다. 특히 내년 총선공천 이슈가 본격화 되는 시점이 오면 차기 대선후보군인 이 대표와 노 실장이 어색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친문계 의원은 “노 실장은 대야 관계 개선과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중차대한 위기 국면에 투입됐다. 친문 핵심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청와대와 당의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2기 당청관계에서 불안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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