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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면허증에 히말라야까지…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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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출두에 앞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출두에 앞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은 2011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될 때 청와대가 요구한 ‘자기검증 설문서’ 제출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두 번 검증을 거쳤는데 무슨 검증을 또 받아야 하느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5년 대법관 청문회 과정에서 농지를 불법 매입한 의혹 때문에 사별한 부인을 언급해야 했다. 당시 양 전 대법관은 “사별한 부인이 한 일이고, 토지 대금은 모두 부인 치료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고인을 들먹이며 변명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의혹을 정리한 콘텐트.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배너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주소는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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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전 대법관은 1993년 첫 부인과 사별한 뒤 현재 부인과 재혼했다. 현재 부인은 대학 의상학과 교수다. 한상호(69‧연수원 6기) 김앤장 변호사 부인이 소개시켜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변호사 부인도 해당 대학 의상학과 교수로 부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한 변호사가 의정부지원장을 지냈던 1997년 법무부 요청으로 법복도 디자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직 시절 한 변호사 장남 결혼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는 이번 수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5~16년 한상호 변호사를 대법원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세 차례 이상 만난 사실을 주목했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에서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을 대리한 김앤장이 외교부와 대법원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측근들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강제 징용 재판 개입 때문에 만난 사이로는 보지 않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라 대법원 집무실로 부른 것 같다”면서도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쪽에서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0년 2월 강원도 화악산으로 간 1박 2일 야영산행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양 전 대법관은 법원산악회장을 맡기도 했다. [사진 월간 산 2011년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0년 2월 강원도 화악산으로 간 1박 2일 야영산행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양 전 대법관은 법원산악회장을 맡기도 했다. [사진 월간 산 2011년 제공]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지명 직전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까지 등반하는 등 등산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2011년 8월 대법원장 지명 직후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360㎞를 트레킹하는 코스에 있었다”며 “도중에 중단하고 내려온 뒤 어젯밤 한국에 왔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2011년 대법관 퇴임 직후에도 “대법관 6년은 징역살이나 마찬가지로 힘들었는데 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대법원장을 하겠나”라며 히말라야로 떠났다. 자택도 청계산과 부인의 대학 사이에 있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단독주택 마을로 자리를 잡았다. 마을 관리인은 “대법원장이 된 뒤에도 누구인지 몰랐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등산을 가길래 ‘내가 마을 관리인이니 누구인지는 알아야겠다’고 말을 걸자 그제 서야 대법원장임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해외에서 산을 타겠다고 주변 후배들에게 말을 해왔다. 트래킹을 위해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되기 전에 오토바이 면허를 딴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는 2014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법관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고개를 흔들더라”며 “대법관 퇴임하고 대법원장이 될 때까지 6개월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힌 뒤 돌아서고 있다.[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힌 뒤 돌아서고 있다.[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검은색 코트에 어두운 청록색 넥타이를 맨 채 대법원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 1일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225일 만이다. 자정까지 이어질 검찰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진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양승태 대법원장은…

부산 경남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2기, 서울민사지법 판사(1975년 임용), 제주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법정책연구실장, 서울중앙지법 초대 파산부 수석부장,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2005~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2009~2011년), 대법원장(2011~2017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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