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임 기간 일어난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청사 앞에서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청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법원 공무원 노조가 이를 반대하며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삼부요인의 수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했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때처럼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차량 운행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한 보안요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정문을 통제한다. 직원과 사전에 출입신청을 통해 오늘 비표를 발급받은 사람은 통행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정문 입구에서는 오전 5시부터 8시까지 비표를 받기 위해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줄을 길게 섰다.
양 전 대법원장의 출석이 임박하며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는 기동대원들이 만인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를 강화했다. 이들은 손에 긴 우산을 하나씩 들고 입구를 지켰다.
한 기동대 간부는 대원들이 긴 우산을 왜 들고 있냐는 질문에 “입구에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지만 일무가 통제선을 뚫고 들어와 계란이나 물병을 투척할지 몰라 우산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5분 만에 마친 뒤 오전 9시 8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서 묵묵부답으로 포토라인을 단 10초 만에 통과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팻말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두 사람이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 한 여자분은 “우리는 서로 모른다”며 “이렇게 양 전 대법원장을 지지하는 분과 나란히 서서 시위를 해야 방송에도 나가고 눈에 잘 띈다”고 답했다.
또 팻말은 직접 제작했냐고 묻자 “저기 다른 단체가 만든 팻말이 있어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응원하는 문구를 든 사람은 “나는 양 전 대법원장과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며 “인간은 서로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받는 이 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주변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이 시위를 벌이며 어수선한 분위기 였다.
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