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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소비 '찔끔' 늘었지만…기업 투자·수출 줄며 고용 악화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지난해 3분기 민간 소비는 소폭 늘었다. 그러나 일자리와 직결되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수출 등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 동향 '1월 그린북'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1월 그린북)'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민간 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2.5%, 전 분기 대비 0.5% 늘었다. 승용차와 통신기기·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업 설비 투자는 생산 활동에 쓰이는 기계류 투자가 줄고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2분기부터 계속해서 줄었다. 건설 투자 역시 건설사들의 일감 수주가 줄면서 8.9% 감소했다.

제조업 부진은 여러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11월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전기·가스업 등에서 줄면서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7% 늘었지만, 출하량은 2.5% 줄었다. 창고에 쌓이는 상품은 늘었지만, 팔리는 상품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넘긴 수출도 최근 들어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2% 감소한 484억6000만 달러(54조1700억원)를 기록했다. 올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의 수출 실적도 7.5% 줄어든 127억 달러(14조2000억원)에 그쳤다. 올해 들어 승용차·자동차 부품·통신기기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제품인 반도체·석유제품 등은 감소했다.

기업 투자와 수출 부진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취업자 수는 건설·서비스업 분야 증가 폭이 줄고 제조업에서 감소 폭이 커지면서 전년동기 대비 3만4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12월(-3만4000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11월 취업자 수. [자료 통계청]

11월 취업자 수. [자료 통계청]

정부도 제조업 등 주력 산업 침체가 고용 사정 악화의 주된 원인이란 점을 인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니 이를 둘러싼 서비스 산업도 함께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고용 악화 상황에서도 소득주도 성장 등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 기조를 바꿀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주력 산업 침체를 한층 심화할 수 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정책 수정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활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뜻깊게 생각한다"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도 경영 부담을 덜고 기업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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