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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낚싯배 화물선과 충돌 뒤 전복"...발견 지점은 낚시 금지구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통영에서 낚싯배가 화물선과 충돌 후 전복돼 선장 최모(57) 등 3명이 숨지고 정모(51)씨 등 2명이 실종됐다.

여수 선적 '무적호'11일 오전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서 사고 #선장 최모 등 3명 숨지고 2명은 실종, 생존자 여수로 이동

11일 오전 4시57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떨어진 해상에서 여수선적 9.77t급 낚싯배(무적호)가 전복됐다. 파나마 선적으로 당시 LPG 가스 운반을 위해 울산에서 출항에 중국으로 가던 3000t급 화물선과 충돌한 직후였다. 해경은 당시 화물선을 한국인 선장이 잠을 자는 사이 필리핀인 1등 항해사 A(44)씨가 운항을 총 지휘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 치사와 선박전복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은 A씨 등으로부터 “1마일(1.8㎞) 떨어진 곳에서 무적호를 발견하고 서로 회피기동을 하였으나 충돌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낚싯배에서 구조된 사무장 김모(50)씨는 “큰 상선이 배 옆을 박았고, 구멍조끼 입으세요 하는 순간 (배가)넘어갔다”며 “충돌한지 1분도 안되는 순간에 배가 넘어갔다”고 말했다.

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어선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전남 여수 전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수-프리랜서 장정필

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어선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전남 여수 전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수-프리랜서 장정필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한 낚시객이 가족을 만나 외투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한 낚시객이 가족을 만나 외투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화물선은 낚싯배와 충돌 직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통영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배와 낚싯배가 충돌했다는 사실은 숨긴 채 ‘배가 전복됐고,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 현재 구조작업을 한다’는 취지로만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화물선은 구조활동으로 한명을 구조했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이 화물선에는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4명과 외국인 14명 등 총 18명이 타고 있었다”며 “선장과 사관 등 화물선 관계자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해 사관 외에 추가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해철 통영해양경찰서장이 경남 통영해양경찰서에서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발생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해철 통영해양경찰서장이 경남 통영해양경찰서에서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발생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사고 신고를 받은 통영해경은 즉시 구조작업에 나섰다. 승선 인원 14명 중 12명을 구조했으나 3명이 숨졌다. 또 2명은 실종 상태다. 배에 탄 인원 14명 중 낚시객은 12명이다. 승선 정원(22명)은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당시 8명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입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4명 중 3명은 사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망자는 여수 전남병원과 목포 한국병원 등에 분산 안치돼 있다. 나머지 9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어 해경 함정을 이용해 여수 신항으로 돌아왔다.

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어선에서 구조된 승선원이 치료받고 있는 여수 전남병원 응급실 입구 여수-프리랜서 장정필

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어선에서 구조된 승선원이 치료받고 있는 여수 전남병원 응급실 입구 여수-프리랜서 장정필

해경은 현재 나머지 실종자 2명을 찾고 있다. 현장에는 경비함정 14척, 해경 항공기 4대, 해군 함정 4척, 소방함정 1척 등이 동원됐다. 해경의 구조 협조 요청을 받은 민간 어선 5척도 사고 해역을 살피고 있다.

통영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가 구명조끼 등을 착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우선 실종자 구조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낚시객이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에 도착해 경비정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낚시객이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에 도착해 경비정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적호는 선장 최씨와 사무장 한 명, 낚시객 12명을 태우고 전날(10일) 오후 1시 25분쯤 갈치낚시를 하러 전남 여수 국동항을 떠났다.

무적호가 전복된 채 발견된 경남 통영 욕지도 남방 해상은 법적으로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이다. 해경은 올해 새로운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공해상 낚시는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공해상 낚시는 불법이 아니었으나, 이곳은 평소 파고가 높아 위험하고 안전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올해 개정된 법안이 시행됐다.

11일 오전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낚시객이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에 도착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무적호 전복사고로 구조된 낚시객이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에 도착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 관계자는 “전복된 낚시어선이 갈치낚시를 위해 출항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공해상에서 낚시하던 중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지나가거나 전복돼 그곳까지 떠내려온 것인지 등을 추가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사무장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업 구역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어 통영 쪽으로 가야 편하게 갈 수 있다”며 “조업은 전라도에서 했고 돌아가려고 통영 쪽으로 약간 배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또 낚싯배가 10일 오후 4시6분쯤부터 배의 항적을 보여주는 자동 어선 위치 발신 장치(V-PASS)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가 꺼진 것을 확인하고 낚시 등을 위해 고의로 끈것인지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낚싯배 전복 사고와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렸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잠수사와 주변 어선 등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에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경남도도 이날 긴급 사고 대책회의를 열고 인명구조와 사고수습을 최대한 지원했다. 도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김경수 도지사 주재로 욕지도 어선 전복사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지사는 “중앙대책본부가 통영에 설치됐고 사고수습본부는 전남도에서 설치·운영하지만, 경남도도 유관기관과 협조해 구조상황을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통영=위성욱·김민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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