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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문 대통령 내 사건 언급해 공포…공정한 수사 안 될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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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전 청와대 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10일 오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상대로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뉴스1]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전 청와대 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10일 오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상대로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뉴스1]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각종 비위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검찰에서 3차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 내용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10일 오전 10시 15분께부터 김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11일 0시 10분께 돌려보냈다. 김 수사관의 참고인 조사는 지난 3일과 4일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수사관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을 만나 “오늘 대통령께서 제 사건과 관련해 멘트(언급)했다”며 “아주 공포심이 느껴진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두렵고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상당히 힘이 든다”며 “과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고민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행정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행정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수사관이 제기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두고 “김태우 행정관(수사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직자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할 수 있어 그런 부분을 부단히 단속해야 하는데, 김 수사관이 한 감찰 행위가 직분 범위를 벗어났느냐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이미 수사대상이 되고 있어서 가려지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우리 정부에서는 과거 정부처럼 국민에게 실망을 줄 만한 권력형 비리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감반은 소기의 목적을 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날 김 수사관을 상대로 청와대 특감반원 재직 당시 감찰 대상에서 벗어난 민간인 사찰이나 공직자의 사생활 사찰을 실제 했는지, 이 과정에 민정수석비서관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윗선’이 개입했다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특감반에서 일하다 검찰로 복귀한 김 수사관은 특감반 재직 당시 전직 총리 아들이나 민간은행장을 사찰했으며 이는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 수사관은 여권 고위 인사들의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묵살했다고 주장하는 등 특감반 비위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특감반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왔다.

한편 김 수사관은 이날 조사 직전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직무유기, 이인걸 전특감반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재직 당시 자신이 올린 감찰 정보를 확인한 박 비서관이 첩보 속 혐의자가 자신의 고교 동문인 것을 알고 정보를 흘려줬다고 주장해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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