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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늘었다”…상위 40% 늘고 하위 40%는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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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팩트체크] 고용·소득 발언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은 자유롭게 손을 들어 질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은 자유롭게 손을 들어 질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부진한 일자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면서도 “긍정적인 여러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진다거나 상용직이 늘고 청년 고용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을 긍정적 효과로 들었다. 이는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양적 측면에서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상용직 일자리 늘어났다” #해마다 늘지만 증가폭 둔화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기록” #0.6%P 증가, 체감실업은 악화

◆가계소득, 저소득층은 줄었다=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실질·명목 소득은 지난해 1~3분기 증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계층별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당초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의 초점을 맞췄던 소득 최하위(하위 20%)인 1분위, 차하위(20~40%)인 2분위의 소득은 3분기 연속 줄었다. 반면에 상위 40% 이상인 4분위ㆍ5분위의 소득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3분위는 2분기엔 감소, 3분기엔 증가 식으로 들쭉날쭉하다.

전체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분기 3만6591원, 2분기 3400원, 3분기 4만6980원씩 줄었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의 소득에서 이자·사회보험료·세금 등 비소비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1~3분위의 소득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비전으로 내세운 정부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화한 것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반만 맞는 얘기”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께 일부 유리한 통계만 부각하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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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으로 나은 일자리 늘었다?=문 대통령과 정부가 일자리가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주장한 대표적 근거가 ‘상용직’ 일자리 증가다.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각각 전년 대비 14만1000명(-2.8%), 5만4000명(-3.6%) 줄었지만 상용직은 같은 기간 34만5000명(2.6%) 늘었다. 황인웅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상용직은 임시·일용직 대비 고용 안정성, 임금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용직 수는 2000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계속 늘었다. 그나마 지난해엔 전년 대비 증가 폭이 0.2%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상용직이 유난히 많이 늘어난 건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상용 근로자는 정규직과 개념이 다르다.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뜻한다. 예를 들어 1년 계약직 근로자나 1년 넘게 일한 아르바이트생도 상용직으로 분류된다. ‘상용직=좋은 일자리’는 아니란 얘기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 질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려면 상용직 증가 외에도 임금 조건이나 정규직 여부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률 ‘크게’ 개선?=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은 66.6%로 2017년과 같았다. 그중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17년 42.1%에서 지난해 42.7%로 0.6%포인트 증가해 선방했다. 청년 고용률은 2014년(40.5%)→2015년(41.2%)→2016년(41.7%)→2017년(42.1%)→2018년(42.7%)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를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데는 이견이 있다. 청년층은 실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구직 단념자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인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더 악화한 것이다. 특히 청년층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실업률이 늘었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자가 전년 대비 18만 명 줄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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