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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文 "가계 소득 늘었다"지만, 저소득층은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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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 참사'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 참사'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부진한 일자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면서도 “긍정적인 여러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가계 소득이 높아진다거나 상용직이 늘고 청년 고용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을 긍정적 효과로 들었다. 이는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양적 측면에서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2018년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 증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 통계청]

2018년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 증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 통계청]

◇가계 소득, 저소득층은 줄었다=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실질ㆍ명목 소득은 지난해 1~3분기 증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 계층별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당초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의 초점을 맞췄던 소득 최하위(하위 20%)인 1분위, 차하위(20~40%)인 2분위의 소득은 3분기 연속 줄었다. 반면 상위 40% 이상인 4분위ㆍ5분위의 소득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3분위는 2분기에는 감소, 3분기 증가 식으로 들쭉날쭉하다.

전체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1분기 3만6591원(이하 월평균), 2분기 3400원, 3분기 4만6980원씩 줄었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의 소득에서 이자ㆍ사회보험료,ㆍ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것으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을 의미한다. 특히 1~3분위의 소득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비전으로 내세운 정부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화한 것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반만 맞는 얘기”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께 일부 유리한 통계만 부각하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질적으로 나은 일자리 늘었다?=문 대통령과 정부가 일자리가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주장한 대표적 근거가 ‘상용직’ 일자리 증가다. 임시ㆍ일용직 근로자는 각각 전년 대비 14만1000명(-2.8%), 5만4000명(-3.6%) 줄었지만 상용직은 같은 기간 34만5000명(2.6%) 늘었다. 황인웅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상용직은 임시ㆍ일용직 대비 고용 안정성, 임금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용직 수는 2000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계속 늘었다. 그나마 지난해는 전년 대비 증가 폭이 0.2%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상용직이 유난히 많이 늘어난 건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상용 근로자는 정규직과 개념이 다르다.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뜻한다. 예를 들어 1년 계약직 근로자나 1년 넘게 일한 아르바이트생도 상용직으로 분류된다. ‘상용직=좋은 일자리’는 아니란 얘기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 질 개선 여부를 판단하려면 상용직 증가 외에도 임금 조건이나 정규직 여부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년 고용률 ‘크게’ 개선?=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은 66.6%로 2017년과 같았다. 그중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17년 42.1%에서 지난해 42.7%로 0.6%포인트 증가해 선방했다. 청년 고용률은 2014년(40.5%)→2015년(41.2%)→2016년(41.7%)→2017년(42.1%)→2018년(42.7%)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를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데는 이견이 있다. 청년층은 실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인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더 악화한 것이다.

특히 청년층을 제외하고는 고용률이 건전하지 못했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자가 전년 대비 18만명 줄었다. 청년층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ㆍ실업률이 늘었다.

고용동향 통계 용어 설명

◇고용률(%)=(취업자÷15세이상 인구)×100. 고용률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뿐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도 포함한 생산가능인구를 분모로 한다.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100.
◇취업자=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동일가구내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ㆍ사업체의 수입을 위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 가족종사자, 직업ㆍ사업체를 갖고고 있지만 일시적인 병 또는 사고, 연가, 교육, 노사분규 등 사유로 일하지 못한 일시 휴직자를 일컫음.
◇실업자=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 가능한 자.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 동안 상품ㆍ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는 않았으나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의 합계.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 대상기간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자.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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