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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똑같은 QLED, 똑같은 즉석카메라…한국산이면 베끼고 보는 중국 기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ES 2019] LG 포켓포토 똑같이 따라한 화웨이  

과연 중국은 기술 굴기를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1990년대 마냥 여전히 선진국 상품 베끼기에 급급한 것일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19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가 8일(현지시각) 공식 개막한 가운데, 화웨이ㆍTCL 같은 중국 기업들도 관람객을 본격적으로 맞이했다. 이들 중국 기업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1등 자리를 다툴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전시장 한쪽에선 우리 기업을 모방한 '미투 마케팅'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TV 제조업체 TCL 부스에 들어서니 'QLED'라는 낯익은 단어가 보인다. 전날(7일) 삼성전자가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한 주력상품 역시 QLED 8K TV이다. 4년 전인 2015년쯤부터 삼성은 기존 액정(LCD) 패널 백라이트 기판에 양자점(퀀텀닷)을 탑재해 명암비 등을 높인 TV를 'QLED TV'로 명명했다. TCL의 '삼성 따라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스 한쪽에 만든 '더 시네마 월'이라는 전용관 역시 삼성 부스의 '더 월'과 영어 단어 하나(wall)만 빼고 같다. 삼성의 더 월, TCL의 시네마 월 모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마이크로LED'를 소재로 했지만, 그렇다고 이름까지 똑같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TCL은 최근 5년간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 삼성·LG에 이은 글로벌 3위 기업이다.

CES 2019 삼성 부스에서 홍보 중인 QLED 로고(위)와 중국 TCL 부스에 내걸린 QLED 8K TV. 김영민 기자

CES 2019 삼성 부스에서 홍보 중인 QLED 로고(위)와 중국 TCL 부스에 내걸린 QLED 8K TV. 김영민 기자

TCL에서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 부스. 이곳에서도 국내에서 본듯한 상품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인쇄할 수 있는 즉석 인화기 '포켓포토 프린터'다. 이 상품 역시 LG전자가 2014년 출시해 국내에서 1년 6개월 만에 50만대가 팔린 '히트 상품'이다. 셀카를 찍은 뒤 스마트폰으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사진이 인화되는 방식마저 LG '포켓포토'와 같다. 기자가 화웨이 포켓포토 프린터로 찍은 사진을 LG전자의 한 임원에게 보여주자 "우리도 몰랐는데"라며 당혹스러워했을 정도다.

LG가 2014년 출시한 즉석인화기 '포켓포토'와 사실상 같은 기능을 가진 화웨이의 '포켓포토 프린터'(위). 애플 이어팟과 충전 방식이 동일한 화웨이의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 김영민 기자

LG가 2014년 출시한 즉석인화기 '포켓포토'와 사실상 같은 기능을 가진 화웨이의 '포켓포토 프린터'(위). 애플 이어팟과 충전 방식이 동일한 화웨이의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 김영민 기자

화웨이의 미투 상품은 포켓포토만이 아니었다. 애플의 이어팟을 버젓이 따라 한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를 부스 직원이 열심히 홍보했다. 실제 착용해보니 음질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방식까지 애플 이어팟과 같았다. 색상도 애플의 대표 색상인 하얀색, 검은색 두 종류였다. 이동통신 장비 시장 세계 1위 업체로 성장했다고 자부하는 화웨이의 부스가 맞나싶을 정도였다.

또 다른 중국업체 '하이센스' 부스에서도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뒷면에 5.6인치 흑백 전자책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A6'였다. 스마트폰 앞면과 뒷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한다는 점에선 참신했지만, 삼성이 내놓은 중가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 A시리즈'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CES에 참가한 한 국내 기업 임원은 "회사 규모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으면 규모에 따르는 책임감이 뒤따라야 할 텐데, 중국은 여전히 장사치 같다. 특허도 글로벌 스탠더드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품명이 삼성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 시리즈'와 유사한 하이센스의 스마트폰 'A6'. 김영민 기자

상품명이 삼성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 시리즈'와 유사한 하이센스의 스마트폰 'A6'. 김영민 기자

올해 CES에서 중국의 기세는 예년만 못하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에 참가한 중국 업체는 1211곳으로, 지난해(1551개) 대비 80%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한 무역분쟁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현지에선 다른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단순히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막무가내식 글로벌 진출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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