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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조성길 北대사대리 북한 체포조 닥칠까 불안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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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에게 '한국행'을  권유하는 공개편지를 띄웠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9일 조 대사대리와 그의 가족의 한국행을 또 한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개편지 이어 '한국행' 촉구 기자회견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태 전 공사는 이날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결성(이하 시민연대)' 기자회견에서 "조 대사대리와 그의 가족이 이탈리아 당국의 정상적인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지, 현 남북 및 미북관계 상황상 본인들이 희망하는 망명지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지 않은지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는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탈북 전까지 망명 의사를 누구에게도 표현할 수 없다. 일단 당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북한 외교관 망명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 희망지를 묻고 해당 대사관에 의사를 타진해도, 해당 당국에서 답변을 안하면 계속 기다린다"면서 "이때부터 북한 체포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두려움 속에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탈리아 정부의 신변 보호가 없다면 조 대사대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조 대사대리 잠적 이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조 대사대리를 포함해 해외에 나온 7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이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조 대사대리를 적극 데려오고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라도 정부가 이탈리아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조 대사대리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조 대사대리에게 한국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조 대사대리 잠적 후 두문불출하던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공관원들이 비어 있던 대사관 정문 옆의 게시판에 사진을 거는 것으로 정적을 깼다.   6일(현지시간) 대사관 정문 옆에 작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환영공연과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 등 A4 용지 크기의 사진 총 6장이 게시돼 눈길을 끌었다. [AP=연합뉴스]

조 대사대리 잠적 후 두문불출하던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공관원들이 비어 있던 대사관 정문 옆의 게시판에 사진을 거는 것으로 정적을 깼다. 6일(현지시간) 대사관 정문 옆에 작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환영공연과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 등 A4 용지 크기의 사진 총 6장이 게시돼 눈길을 끌었다. [AP=연합뉴스]

이하는 태 전 공사 기자회견 질의응답.

최근 조 대사대리 근황 파악한 게 있는지

제가 서두에 말하고 싶은 것은 조성길 가족의 근황과 행방에 대해,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해외 나와 있는 북 외교관과 7만 해외 거주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어떤 모습 보여 줘야 하는가가 시민연대의 핵심의제다. 우리 한반도 통일을 하려면 대한민국이 더 민주화되고 더 잘 살아서 북한 주민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들을 안으려 먼저 다가가는 것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가 판단하건대 우리 정부나 국민이 조성길 탈북한 이후 구원과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들이 희망 망명지로 가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조국이라는 것, 그들을 껴 안으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조 대사대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는 데려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조 대사대리와 가족에 대해 신변 보장과 망명에 대한 개입의지를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조 대사대리를 데려오는 걸 꺼려하는 것 같나  

확신할 수 없지만 정부 반응을 보니, 조 대사대리에게 어떤 정보나 어떤 내용도 전하는게 없다. 정부는 일단 조 대사대리를 컨택(접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신변 보장을 하려고 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제대로 된 보호를 하는지 의사결정 지원을 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조 대사대리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가 통상 북한 외교관이 망명하는 일 발생하면 어떤 프로세스가 진행되는지 말하겠다. 북한 외교관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탈북하기 전까지 이런 의사를 어디에도 표현할 수 없다. 외국 생활할 때, 누가 국정원이고 누가 한국정부인지 간첩이 누군지 알 수 없다. 일부 예상처럼 먼저 연락해 탈북 루트 토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경우는 탈북해서 당국에 난민신청서를 작성한다. 이어 당국이 연락한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 희망지를 묻고 해당 대사관에 의사를 타진하지만, 망명 희망 당국에서 답변을 안하면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북한 체포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있는 것이다. 만약 이탈리아 정부의 신변 보호가 없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제가 친구로서 한마디 하자면, 성길아 걱정하지 마라, 신변 안전이 없다면 이탈리아 대사관과 현지에 우리가 촉구할 것이다. 적극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마음의 안정을 가지도록 해줄게. 너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 나도 망명할 때 질문을 받았다. 나는 탈북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했다.  

미국도 움직일 텐데, 미국 쪽에 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황에서 조성길이 이탈리아 당국이나, 이탈리아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 체류지 당국이 빨리 경찰에 신변 안전을 보장해서 안정감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만일 미국행을 가기로 결심했다면 존중할 것. 현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망명을 제공할지 안할지는 모른다. 미국행 결정했다면 미국 정부가 미북 상황 고려하지 말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즉각 받아주길 바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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