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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저리가라...해외출장비 '셀프인상' 펑펑 쓰는 의회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미국·캐나다 연수 중 가이드 폭행(박종철 부의장), 여성 접대부 요구(권도식 의원)로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는 의원 9명의 9박 10일 연수에 1인당 442만원을 썼다.
2017년에는 4박5일 라오스 연수에 1인당 200만원을 썼다. 1년 새 해외연수 기간과 비용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예천군의회만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전국 243개 지방(도·시·군·구)의회의 2017~2019년 예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해외출장비 예산이 2년 새 평균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 해외출장 예산은 내가 정한다'…갑자기 2배 올리기도

올해 전국 지방의원의 해외출장비 예산은 총 145억 2307만원이다(2019년 본예산 기준). 2017년의 112억 2545만원보다 29.4% 늘어난 액수다. 민선 7기(2018년 7월~2022년 6월) 지방의원 정수가 3756명으로 6기(3692명)보다 64명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의원 1인당 평균 출장비도 연간 304만원에서 387만원으로 27% 뛰었다.

지방의원 해외출장비가 이렇게 대폭 인상된 것은 의원들이 자신들이 갈 연수를 ‘셀프 심의’하기 때문이다. 2017년 이전에는 달랐다. 행정안전부가 의회 규모나 지역 경제 수준을 고려해, 기준 액수를 정해줬다.

하지만 2018년 예산부터는 관련 예산 권한이 지방의회로 넘어왔다. 의회의 업무추진비ㆍ국외여비ㆍ공통경비 예산의 총합이 일정액을 넘기지 않으면 된다(지방의회경비 총액한도제). 지방자치의 의의를 살려 지방의회에 재량권을 준다는 취지다.

그러자 2016년→2017년 1.8%였던 지방의회 해외출장비 인상폭이 2017년→2018년 19.3%로 급등했다. 예산 자율권을 받자마자 해외출장비부터 올린 것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로 뽑힌 새 지방의원들도 해외출장비 예산을 증액했다. 2018년→2019년 인상 폭은 8.4%다. 지방의원 1인당 연간 해외출장비도 363만원(2018년)에서 387만원(2019년)으로 올랐다.

가난한 지자체, 의원 해외출장비 인심은 넉넉 

올해 지방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를 가장 많이 책정한 곳은 인천 동구의회다. 1인당 650만원으로 지난해의 2배다. 경기 파주시의회(인당 585만원), 강원 화천군의회(인당 567만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파주시는 29%, 화천군은 33%를 올렸다.

의원 해외출장비를 많이 쓰는 지자체 중에서는 재정이 열악한 곳도 많다. 해외출장비 예산 전국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강원 화천군, 경북 청송군, 경북 봉화군의 재정자립도는 10~11% 수준(2018년 예산 기준)으로,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37위·238위·239위다. 뒤에서 5~7등이라는 얘기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가 필요한 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재정자립도가 10%라는 것은 자체 수입으로는 쓰임새의 10분의 1밖에 조달 못 해 중앙정부에 손을 내미는 처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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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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