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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우뚝 선 아이돌 진영 “중3 때 꿈 이제 이뤘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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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코믹판타지 ‘내안의 그놈’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진영. [사진 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코믹판타지 ‘내안의 그놈’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진영. [사진 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시사회에 몰래 갔는데, 사람들이 웃는 걸 지켜보며 행복했어요. 제가 있는 걸 알고 웃는 거랑 다르잖아요. 그런 ‘리얼 반응’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뿌듯했죠.”

코미디 ‘내안의 그놈’서 첫 주연 #40대 조폭과 몸 바뀌는 고교생 역 #그룹 B1A4 리더이자 작곡도 맡아 #“모든 액션신 대역 없이 해결했죠”

9일 개봉하는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으로 영화 주연을 처음 맡은 진영(28)의 말이다. 그는 데뷔 9년차 아이돌 그룹 B1A4의 리더. 직접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까지 해 ‘진토벤(진영+베토벤)’으로 통한다. 배우로선 아직 신인. 개봉 전 만난 그는 “겁없이 도전한 게 재밌었다”고 돌이켰다. 중년 조폭 판수(박성웅)가 소심한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사고로 몸이 바뀐다는 이 코미디 영화를 선택한 것부터 그렇다.

“감독님 말씀이 바디 체인지 소재는 베테랑 연기자도 부담스러워한데요.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어요. 이 역할을 해내면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소재가 익숙한 만큼, 영화에는 익숙한 유머코드·대사가 많다. 그럼에도 자주 웃음이 터지는 건 박성웅표 조폭 캐릭터에 제대로 올라탄 진영 덕분이다. 코미디·액션을 넘나드는 순발력도 절묘하다. 스스로는 “정답이 없는 역할이라” 고민이 많았단다. “차라리 여자나, 할아버지로 확 바뀌면 특징이 뚜렷한데 저랑 스무 살밖에 차이 안 나는 남성이란 게 애매했어요. 판타지다보니 어느 정도 연기해야 진짜 같다는 감이 없잖아요.”

박성웅이 조폭으로 나온 영화 ‘신세계’를 20번이나 볼 만큼 공을 들였다. “‘신세계’는 말투를 참고한 정도고, 현장에서 선배님이 연기한 판수를 관찰하며 연구했어요. 평소 ‘안 그래? 응?’ 하고 되묻는 습관 같은 것도. 동향(충북 충주) 선배이기도 해서 제 드라마 데뷔작 ‘우와한 녀’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예뻐해 주셨죠. 이번에도 동현이 판수에 빙의했을 때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해주셨어요. 그냥 따라 하면 흉내가 되니까 두 번 정도만 듣고 특유의 느낌을 파악하려 했죠.”

극 중에서 몸이 바뀐 두 남자와 첫사랑 미선. [사진 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극 중에서 몸이 바뀐 두 남자와 첫사랑 미선. [사진 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관객 반응이 가장 궁금한 장면으로는 “미선과의 키스신(웃음)”을 꼽았다. 라미란이 연기한 미선은 판수의 첫사랑. 고교생 동현의 몸인 채 재회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호흡이 로맨스 드라마 못지않다. “스태프들이 웃음을 못 참아 NG가 나는 바람에 일곱 번 정도 찍었어요. 선배님이 잘 리드해주셨죠. 오히려 키스하고 뺨을 맞는 게 중요했죠. 선배님이 한 번에 세게 가자고 하셨어요. 원래 지문은 맞고 되게 슬프게 서 있는 거였는데 첫 테이크에 맞고 휘청대다 주저앉은 게 영화에 나갔더라고요.”

그는 이미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2016)에서 절절한 삼각관계 연기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차지했다. 첫 영화 ‘수상한 그녀’로 코미디의 매력을 알게 됐다. 20대 모습으로 돌아간 할머니(심은경)를  짝사랑하는 손자 역할이었다.

“코미디가 어려운 게, 웃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미 실패에요. 개그가 되니까. 이 우습고 말 안 되는 상황 자체에 몰입해야 관객도 편하게 보죠. 미선과의 멜로도 내 눈이 영화 속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그는 영화 초반 동현이 살찐 체형이란 설정도 자처했다. “판수로 바뀔 때 변화가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고, 값진 경험이잖아요. 분장한 모습을 25회차가량 찍었는데 실제 행동도 바뀌더라고요. 준비에 서너 시간 걸려서, 오전 7시 촬영이면 새벽 2시 일어나 현장에 가야 하는 게 힘들었죠.”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대역 없이 모든 액션신을 소화한 것”을 꼽았다. “솔직히 제가 아이돌치고 춤 못 춘 거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유연성은 좀 없지만 액션스쿨 다니며 혼신을 다해, 재밌게 했죠.”

사실 그는 가수보다 배우를 먼저 꿈꿨다. 중3 때부터 주말마다 혼자 충주에서 서울로 연기학원도 다니고 ‘최강 울엄마’ ‘별순검’ ‘위기탈출 넘버 원’ 등 방송 보조출연도 찾아가며 했다. “온 가족이 영화를 좋아해요. ‘살인의 추억’ 송강호 선배님의 진짜 같은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웠죠. 오랫동안 갈망했고 단역부터 대사 하나하나 늘어가는 과정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 영화 주연이 더 감격스러웠어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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