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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은퇴자금 솔루션? 내게 딱 맞는 관리법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1) 

삼성생명, 삼성증권, 신한은행에서 은퇴사업모델을 만든 개척자다. 2010년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수많은 노후준비 해법이 제시됐지만 은퇴자의 여건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곧 2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대열에 합류한다. 지금까지 중구난방식으로 터져 나온 대응책으론 이들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게 뻔하다. 1세대 베이비부머가 겪었던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은퇴자산 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2010년 새해를 열었던 키워드 중 하나는 ‘100세 시대’였다. 사실 100세 시대는 그 이전부터 회자한 단어였지만 2010년부터는 사회적 반향이 달랐다. 2010년은 700만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만 55세가 된 55년생을 필두로 본격적인 은퇴 대열에 합류한 해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제도도 이 해에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100세 시대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연결됐고, 금융회사들도 은퇴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겉돌고 있는 은퇴 관련 제도들

2010년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많은 은퇴 설계 해법이 제시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실정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2010년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많은 은퇴 설계 해법이 제시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실정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내가 은퇴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2010년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다. 2018년엔 베이비부머의 막내 격인 1963년생이 만 55세를 넘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 전체가 은퇴세대에 들어간 것이다. 2010년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많은 은퇴 설계 해법이 제시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실정이다.

그동안 언론과 금융권, 정부는 틈만 나면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슈를 제기하는 가운데 노후 설계와 관련해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 난리를 친 것에 비하면 정작 제대로 된 대응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0년 가까이 됐는데도 쓸만한 은퇴 지원 제도, 은퇴자금의 운용방안, 액티브한 은퇴생활 등에 대한 그림은 여전히 막연한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조만간 은퇴에 직면할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가 참고할 은퇴 가이드도 불분명하다. 도대체 지난 10년간 은퇴여건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우선 은퇴와 관련한 제도를 보자. 다 알다시피 국민연금은 지급연령만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고 근본적인 개편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퇴직연금제도는 전체 사업장의 의무가입이나 운용의 기금화 등에 대한 논의만 10년째 정책당국자의 책상에서만 맴돌 뿐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예금 금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금융회사만 나무라지 못하는 것도 퇴직연금의 90%가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야 하는 계약이어서 운용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조차도 가입자나 사업자 모두 원금 지키기에 집착해 공격적인 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퇴직 후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가는 고객이 98%가 넘어 퇴직연금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지난 1~2년간 구체적 개편 노력이 있었으나 신탁제도가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와 함께 업계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되었다. 은퇴와 관련한 제도와 정책적인 개선은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중앙포토]

지난 1~2년간 구체적 개편 노력이 있었으나 신탁제도가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와 함께 업계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되었다. 은퇴와 관련한 제도와 정책적인 개선은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중앙포토]

신탁제도는 더 가관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해 유럽국가들도 2000년대 들어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신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2012년 신탁법을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금융권에선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구체적 개편 노력이 있었으나 신탁제도가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와 함께 업계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되며 다시 지하창고에 처박혔다. 은퇴와 관련한 제도와 정책적인 개선은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은퇴자금 운용 상황을 살펴보면 우선 예금금리(신규 정기예금 6개월 이하)는 2010년 1월 평균 3.1%에서 2018년 10월에는 1.6%로 반 토막이 났다. 연금 등 은퇴 관련 자금 대부분이 금리 움직임에 연동된 자산이어서 운용수익률도 대강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9년 동안 연평균 금리는 연 2.4% 정도이다. 주가지수는 코스피기준으로 2010년 1월 1682에서 현재는 2000대 초반으로 연간 약 2%씩 올랐다.

주택 가격 지수도 서울 기준으로 2010년 1월 103에서 현재 124로 매년 2% 정도 상승했다. 결국 지난 10여년은 은퇴자금의 운용수익률이 어디에 했든 대부분 연간 2% 내외였다. 반면 생활물가는 이 기간에 매년 평균 1.5%씩 상승했다. 결국 은퇴자금의 투자수익률은 생활물가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010년 1월  5.9%에서 현재는 3.3%로 줄어 연평균 대출금리는 4.6% 정도다. 가계대출 잔액이 2010년 843조원에서 현재는 1514조원으로 1.8배가 늘었다. 결국 은퇴자금은 저축, 일반적인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만으로는 불려 나가기 어려웠다는 걸 보여 준다.

부진한 은퇴 솔루션 개발,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져

금융권이 다양한 은퇴 솔루션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경험해 본 고객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pixabay]

금융권이 다양한 은퇴 솔루션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경험해 본 고객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pixabay]

금융권이 다양한 은퇴 솔루션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경험해 본 고객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사들의 점포축소, 현장의 고객 응대 시간 부족, 고객자산 정보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은퇴설계의 대중화는 생각보다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금융사들은 은퇴설계는 대강 해주고 금융상품의 권유와 판매에 보다 열을 올리게 됐다.

과거 은퇴상품은 보험권의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연금류의 상품과 월세 받는 상가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 기간에 여러 종류의 은퇴상품이 등장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브라질채권, ETF(상장지수펀드), TDF(타깃데이트펀드, 주택연금, 쿠폰을 지급하는 부동산펀드, 월 지급펀드, 절대수익추구펀드, 신탁상품들이 은퇴자산관리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별 금융상품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은퇴 이후 30~40년을 살아갈 생활비를 상품 두세개로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계속 유지 관리해 주는 방식의 은퇴 솔루션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은퇴자의  금융지식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개별 금융상품을 일일이 이해하고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제도적 개선이나 솔루션 개발이 부진하다 보니 자영업으로 출구를 찾는 은퇴자가 많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 임대업 등 매년 1.4%였던 자영업 증가율이 2010년 이후 3.7%로 뛰었다.

이는 우리나라를 단기간에 프렌차이즈 천국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개인대출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개업한 자영업자의 80%가 5년을 버티지 못했다. 은퇴 사기에 걸려 노후자금을 날린 자영업자도 부지기수였다. 사실 은퇴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업이 은퇴 사기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많은 1차 베이비부머는 은퇴 후 자금운용이나 사업으로 어지간해선 답을 찾기 어렵다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남이 하는 게 모두 나에게 맞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제 본격적인 은퇴생활에 들어간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소 늦긴 했으나 남을 따라 하는 은퇴설계를 버리고 나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2차 베이비부머들도 1차 베이비부머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은퇴설계 방법을 배워 실행해야 한다.

다음 회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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