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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올려도 실질대체율은 25%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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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편안대로 제도를 바꾸더라도 노후 소득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한 ‘국민연금 개편안 소득대체율 전망’ 자료를 7일 공개했다.

현행 유지 때 22.6%와 큰 차 없어 #가입 40년 기준 채우기 힘든 탓 #보험료 올라 국민 부담은 가중 #“노후소득 보장 다양한 장치 필요”

소득대체율이란 생애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올해 44.5%이며 매년 0.5% 포인트 내려가게 돼 있어서 2028년에는 40%가 된다. 소득대체율이 44.5%이면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40년 가입하면 노후에 44만5000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달 네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1안은 현행 소득대체율 40%(2028년)-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안이다. 2안은 기초연금만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린다. 3안은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4안은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 안이다.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네 가지 안 중 3, 4안에 현 정부의 의중이 실려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3안과 4안을 깊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3, 4안을 선택할 경우 향후 70년 동안 소득대체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김 의원은 실질 소득대체율을 따졌다. 국민연금은 같은 소득이라도 가입기간에 따라 노후연금액이 달라진다.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평균 17.1년 가입했다. 실질 대체율이 17.1%라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 추정치도 22년 정도에 불과해 실질 소득대체율은 21.9%에 불과하다. 40년 가입 기준 대체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4안(소득 대체율 40%→50%, 보험료율 9%→13%)대로 개편할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30년 24.1%, 2050년 25%로 올라 2088년 30%가 된다. 현행 제도를 내버려둘 때(1안,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현행대로 두면 2050년 22.6%, 4안대로 하면 25%이다. 2088년을 비교하면 5.9% 포인트 차이 난다. 3안대로 해도 추세는 비슷하다.

어렵게 소득대체율을 올려도 연금 증액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유는 가입기간 때문이다. 연금액을 늘리는데 소득대체율 못지 않게 가입기간을 늘리는 게 중요한데,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등을 감안할 경우 수십년 후 평균 가입기간이 2~3년 정도 밖에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실제 연금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며 “정부가 마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올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착시효과를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3안과 4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가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김승희 의원은 “정부의 노후소득보장 강화안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 실질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기금 고갈 시점을 미룬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 필요한 돈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정부 개편안대로 소득대체율을 올렸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일부 고소득, 근로기간이 긴 근로자”라며 “국내 자영업자 연금 가입률이 25%에 불과하고, 이들은 현재 보험료율도 부담스러워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려봐야 가입을 못한 이들은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중하위 계층에는 기초연금, 중상위 계층에는 퇴직연금으로 다층적인 노후소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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