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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상회담 속도내는 트럼프, 이번에도 아시아 국가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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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 셧다운 대책회의 참석차 출발하기 앞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장소를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 셧다운 대책회의 참석차 출발하기 앞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장소를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들어 북ㆍ미 정상회담을 놓고 속도전으로 나서고 있다. 6일(현지시간)엔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장소를 “머지않은 미래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적으론 야당의 반발로 예산안 처리가 중단되며 내치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지 발표를 예고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띄우는 건 그만큼 대북 외교를 자신의 업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아시아에선 북한과 대규모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과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차 정상회담 장소를 놓곤 이번에도 아시아 국가설이 이어진다. 1차 회담 장소는 싱가포르였다.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지난달 초 베트남과 몽골을 방문하며 두 나라가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부각됐다. CNN은 지난 3일 국무부와 백악관의 준비팀이 지난해 말 수 주 동안 후보지 실사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CNN은 베트남과 몽골 외에 인도네시아, 하와이 및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도 후보지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미국 당국은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며 “발표 전까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스위스와 스웨덴 등 유럽 국가도 거론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IL-62M)의 안정적 운항 거리가 7000㎞이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한다. 하와이는 미국 내 회담이 되는 데다 평양과 거리가 7670㎞인 게 부담이다. 나머지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몽골은 모두 북한 대사관이 있는 아시아 국가다. 몽골의 경우 1~2월 영하 15~20도까지 떨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인프라 시설까지 고려하면 베트남이 앞선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때처럼 회담 확정후→실무회담 #김정은 전용기 참매 1호 운항거리내 예상 #"영하 20도 몽골보다 베트남ㆍ인니 유리"

1차 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처럼 베트남도 ‘도이머이’(Doi Moiㆍ쇄신)와 같은 개혁개방 모델에 대한 탐방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1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부터 김일성 주석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만큼 북한의 거부감이 적은 회담 장소라는 이점이 있다.

단 미국 정부는 현재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다. 이로 인해 월급이 나오지 않아 국무부 본부 인력 48%가 업무를 볼 수 없는 ‘일시 해고’ 상태라 최종 장소 확정까지 수주 이상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서울의 외교 당국자는 “한ㆍ미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화상회의도 셧다운 때문에 미국 측 일손이 부족해 당초 예정했던 이달 둘째 주에서 한두 주 후에나 재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시리아 철군 문제로 8~15일 중동ㆍ아프리카 순방을 떠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장소 발표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때처럼 정상회담 날짜ㆍ장소부터 확정한 뒤 세부 의제와 합의문을 조율하는 실무 협상을 하는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실무협상을 추진하던 국무부 협상팀의 협상 결과에 앞서 정상회담 일시ㆍ장소를 먼저 확정하면 이후엔 지난해처럼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비핵화 로드맵과 같은 구체적 일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7일 대남 선전 매체 메아리를 통해 “(우리는) 과분할 만큼 미국에 선의와 아량을 베풀었다. 이제는 미국이 행동할 차례이니 공화국의 성의 있는 노력에 미국이 상응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 정상회담장에 대북 제재완화를 들고나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미국이 전격적으로 대북 제재완화를 해줄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제재 유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는 6일 회담 장소 발표를 예고하면서도 “제재는 우리가 (비핵화의) 매우 확실한 증거를 보기 전까진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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