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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닐봉지out' 망원시장, 여전히 손마다 검정비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낮 '기대감'을 갖고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은 북적였다.
새해부터 시행된 비밀봉지 무상 제공 금지 대상에 전통시장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다르리라는 생각이었다. 지난해 ‘플라스틱 프리 시장’을 표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식거리, 채소 등을 담은 검은봉지를 하나같이 들고 있었다. 장바구니‧에코백 등을 든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6일 낮 망원시장에서 장을 본 시민들이 손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6일 낮 망원시장에서 장을 본 시민들이 손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 사용' 캠페인 

‘알맹@망원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에코백을 대여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실천에 옮긴 사례다. 알맹 프로젝트를 시작한 고금숙(41) 활동가는 “지난해 9월 인근 주민들이 주축이 돼 시작했다”며 “서울시 사회혁신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약 10여명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망원시장 '카페M'에 비치된 대여용 에코백들. 김정연 기자.

망원시장 '카페M'에 비치된 대여용 에코백들. 김정연 기자.

이들은 망원시장 내에 위치한 ‘카페M’에서 안 쓰는 에코백이나 종이쇼핑백을 기부받아 장바구니로 쓰도록 나눠줬다. 지난 6개월 동안 1000개 정도 에코백 기증이 들어왔고, 100여개가 유통됐다. 종이 쇼핑백도 총 1000여개가 사용됐다. 지금도 카페M에는 일주일에 1,2개 정도 꾸준히 에코백 기증이 들어온다. 고씨는 “행사하고 폐기될 처지였던 종이백 등도 많이 들어온다. 시장 안 ‘국제시장’ 매장이 국숫집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못쓰게 된 종이백을 잔뜩 기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0원의 대여료를 내던 에코백보다 종이백이 더 인기가 많았다”며 “지금은 에코백도 무상대여하고 있다. 회수율은 70% 이상”이라고 했다.

시장 내 곳곳에 작은 분홍 현수막이 달린 가게들은 ‘자발적 협약 참여가게’다. 현재 총 19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대여용 에코백이나 배포용 종이백을 비치하고, 비닐봉투 대신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채소가게인 ‘남경야채’는 몇 번이나 에코백을 다시 채워 넣어야 했다고 한다.

망원시장 내에서 대여중인 에코백. 김정연 기자.

망원시장 내에서 대여중인 에코백. 김정연 기자.

2018년 하반기 내내 상인들의 협력을 구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 끝에 망원시장 내 장바구니 사용률은 눈에 띄게 늘었다.

시장 내 대진청과 사장 김낙주(57)씨는 “원래는 장바구니 들고 오는 사람 거의 없었는데, 알맹 이후 10프로는 넘게 들고 오는 것 같다”며 “비닐 100장 한 묶음에 700원인데, 큰돈 절약이 되진 않지만 좋은 취지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가 가게에 있던 잠깐 동안에도, 귤을 사러 온 한 손님이 비닐을 쓰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가며 적립금 쿠폰을 받아갔다. 이 쿠폰은 시장 내 카페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적립금 쿠폰인 '모아' 쿠폰을 받는 시민. 김정연 기자.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적립금 쿠폰인 '모아' 쿠폰을 받는 시민. 김정연 기자.

장바구니 있어도 ‘검정비닐’ 담아

‘알맹’이 소기의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검정비닐이 넘쳐났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경우에도 검정비닐에 물건을 한 번 담아 장바구니에 넣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딸기, 닭강정 등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물건들은 어김없이 비닐봉지에 담겼다. 매일 망원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다는 임모(59)씨도 “나는 장바구니를 15년 넘게 들고 다니지만, 시장에서는 필요하니까 비닐을 쓸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했다. 장을 보던 인근 주민 전모(63)씨도 “20년째 장바구니가 습관이 돼서 들고 다니지만, 다들 비닐을 많이 쓰더라”며 “장바구니를 빌려주는 것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캠페인성으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하려면 동네 사람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카페M 임승희(55) 매니저는 “요즘은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홍보가 지속적으로 돼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옛날과자 가게를 하는 황덕성(46)씨는 “알맹프로젝트 이후 락앤락 통을 가져오는 젊은 분들도 많지만, 20퍼센트가 안된다”며 “현실적으로 주말에 바쁠 때 장사하려면 비닐 줄이기 생각을 못 할 때도 많다”고 했다.

 무화과 잎에 싸서 파는 무화과. [사진 유혜민씨 제공]

무화과 잎에 싸서 파는 무화과. [사진 유혜민씨 제공]

"정책적 홍보 뒷받침 돼야 지속" 

고금숙씨는 “플라스틱 문제에 공감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이 떨어진다. 민간에서 장바구니를 빌려준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은 속포장도 너무 많아서, 속포장만 없어도 비닐 사용량이 10%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금숙씨는 마침 '플라스틱 프리' 정책 및 제로웨이스트 샵 탐방차 인도, 케냐, 태국 방문 중이었다.

그는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며 “여기는 무화과 잎과 신문지로 모든 포장을 다 한다. 제로웨이스트 하는 사람들이 딸기 먹을 때 엄청 죄책감 느끼는데 여기는 딸기도 종이박스에 담아 판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케냐·인도카르나카카 주를 다녔는데, '예외없는 비닐봉투 금지'를 시행 중이다"라며 "한국도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좀 더 '플라스틱 프리' 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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