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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10골' 이동국, "황의조, 10년 이상 한국축구 이끌 공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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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아시안컵에서 10골을 터트린 한국축구 레전드 공격수다. 그는 한국스트라이커 계보를 잇고 있는 황의조를 높게 평가했다. [프리랜서오종찬]

이동국은 아시안컵에서 10골을 터트린 한국축구 레전드 공격수다. 그는 한국스트라이커 계보를 잇고 있는 황의조를 높게 평가했다. [프리랜서오종찬]

“향후 10년 이상 한국축구를 이끌어 갈 공격수다.”

한국, 7일 필리핀과 아시안컵 1차전 #빛의조 황의조 발끝에 기대 #아시안컵 10골 이동국의 믿음 #"후배들이 내 기록 깨줬으면"

‘라이언킹’ 이동국(40·전북 현대)이 ‘빛의조’ 황의조(27·감바 오사카)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필리핀과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황의조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의조에 앞서 한국축구 공격수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아시안컵에서 10골을 터트렸다.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서 4골을 뽑아냈다. 이란의 알리 다에이(14골)에 이어 통산 득점 2위다.

2000년 이란과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서 골을 골을 터트린 이동국. [대한축구협회]

2000년 이란과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서 골을 골을 터트린 이동국. [대한축구협회]

특히 2000년 이란과 8강전 연장전에 골든골을 터트린 적도 있다. 이동국은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땐 연장에 골을 넣으면 끝나는 골든골 제도였다. 당시 무릎 내측인대가 좋지 않았다. 득점왕이 목표가 아니라 뛰는게 목표였고, 내가 가진 모든걸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 전후 이동국의 국가대표 경기사진을 보면 대부분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무릎 인대를 다친 상황에서도 청소년팀부터 올림픽팀, 국가대표팀(A팀) 소집에 모두 응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선수 통산 득점순위는 이동국~최순호(7골)~구자철·황선홍·정해원·우상권(이상 5골)~손흥민(4골) 순이다. 이동국은 “내가 몇골을 넣었는지보다 한국축구가 오랜기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게 더 중요하다. 후배들이 빨리 내 기록을 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2일 서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린 황의조. 양광삼 기자

지난해 10월12일 서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린 황의조. 양광삼 기자

지난해 아시안게임, A대표팀, 소속팀에서 총 33골을 몰아친 황의조가 그 후보로 꼽힌다. 이동국은 황의조에 대해 “성남에서 뛸 때부터 지켜봤다. 스피드와 슈팅력, 저돌적인 움직임, 스크린 플레이 등 많은걸 다 갖췄다. 공격수는 자신감이 반 이상인데, 자신감이 붙으면서 슈팅을 과감하게 때리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향후 10년 이상을 이끌어갈 공격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는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져 왔다. 오랜만에 그 계보를 이을 후계자로 황의조가 등장했다. 이동국은 “중간중간 좋은 공격수들이 나왔지만 롱런하는 선수가 많지는 않았다. 반짝 1~2년은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업다운 없이 지속적으로 길게 가져가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황의조는 성실한 선수로 보여지기 때문에 충분히 길게 갈 수 있을거 같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에게 비난은 숙명과도 같다. 이동국은 “악성댓글과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게 맞다. 대회기간 인터넷 자체를 보지 않는게 심적으로 편할 수 있다”면서 “내가 골을 넣었거나 잘했던 영상을 돌려보는걸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올해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전력 같다.5회 연속 8강에서 이란을 만난 것처럼, 고비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빈티지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마흔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 남자도 그렇다. 1979년생 국내 프로축구 최고령인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다. [프리랜서오종찬]

빈티지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마흔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 남자도 그렇다. 1979년생 국내 프로축구 최고령인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다. [프리랜서오종찬]

올해 40살인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과 1년 재계약해 2019시즌에도 K리그1 무대를 누빈다. 그는 지난해 13골을 터트리는 등 10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K리그 통산 최다득점(215골) 보유자다.

마흔살에도 뛰는 소감을 묻자 이동국은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회복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몸이 허락하는한 모든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일 최강희 감독 고별전에서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이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2일 최강희 감독 고별전에서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이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동국과 2009년부터 전북에서 사제지간이었던 최강희 감독은 2018시즌을 끝으로 중국 톈진 취안젠으로 떠났다. 지난해 12월2일 최 감독 고별전이 끝난 뒤 두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동국은 “감독님을 딱 보는데 함께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008년말 커피숍에서 처음만나 함께가자고 했던일, 2009년 첫 우승 등이 떠올랐다“며 “감독님에 계속 우셔서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중국으로 떠나면서 이동국에게 “선수생활을 길게 이어갔으면 좋겠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라. 포기하지 말고”라고 말해줬다. 2011년 중동과 중국의 거액 러브콜을 뿌리치고 전북에 남았던 이동국은 “(2012년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감독님은 두번이나 내 곁을 떠났다. 한번은 실수지만 두번은.…”이라고 농담을 건넨 뒤 “감독님이 중국에서도 성공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새로운 전북 감독에 조제 모리뉴 감독을 수석코치로 보좌했던 조제 모라이스(포르투갈) 감독이 왔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축구와 전북의 레전드다. 40대지만 롱런할 수 있다. 불가능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새로운 감독이 오면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동계훈련이 중요할 것 같다. 어느정도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내게 오는 시간에 모든걸 쏟아부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감독님의 포부처럼 전북은 3관왕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중앙포토]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중앙포토]

최근 막내아들 시안이(태명 대박이)와 우유광고를 찍은 이동국은 “요즘 우리집 가장이 바뀌었다””면서 “대박이가 ‘축구 열심히하고 골을 많이 넣고 오세요’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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