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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체크]“SKY캐슬처럼 실제 SKY 합격자에 고소득층 자녀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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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에듀체크]SKY캐슬은 현실일까③

외과부장인 강준상(정준호 역)과 한서진(염정아 역)의 딸 예서는 이제 막 서울 강남의 명문 자사고에 수석 입학했습니다. 그와 공동 수석을 차지한 우주 역시 강준상과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 의사의 아들입니다. 특히 예서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역)의 지도 아래 서울대를 준비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예서는 자신의 학교 내신 시험에 최적화 된 강사를 과목별로 섭외해 과외를 받고 코디가 만들어 주는 계획표에 따라 스펙을 쌓습니다. 심지어 코디의 주도면밀한 작전에 따라 학생회장에 당선되죠. 그런데 예서는 중간고사에서 단 한 문제 차이로 다른 친구에게 전교 2등으로 밀립니다. 그 때문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죠.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전교 1등이나 2등이나 모두 잘 하긴 매 한가지인데 그 정도로 낙담해야 하는지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서는 1등을 놓쳐선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서가 준비하는 입시전형은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고, 그 중에서도 지역균형선발(지균)이기 때문입니다. 지균은 고교별로 2명씩 추천을 받는데 전국 학교에서 모이다 보니 전교 1등을 해야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죠.

그런데 지균의 도입 목적은 원래 교육 격차가 큰 지역 간에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수한 학생이 모인 강남 자사고든, 보통의 일반고든 딱 2명씩만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수능 성적으로 보면 강남 학생이 월등히 높겠지만, 내신 성적만 따지기 때문에 지방 학생도 불리하지 않습니다. 물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서울대 외의 다른 대학들도 교장추천전형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방식의 전형을 실시하고 있고요.

하지만 실제 입시 결과는 당초 목표와는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애초 도입 목표였던 ‘균형’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오늘 ‘에듀체크’는 SKY캐슬 드라마의 이야기를 토대로 실제 입시 현실은 어떤지 따져봅니다. 국내 최대 입시학원 중 하나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50) 대표와 함께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1995년 종로학원으로 옮기면서 사교육에 발을 들인 임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두루 경험한 23년 경력의 입시 전문가입니다.

임성호 대표

임성호 대표

예전 학력고사나 초기 수능은 입시가 단순했는데 요즘은 너무 복잡하다.

“대학입시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정시는 수능 위주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시다. 수시는 대학마다 전형 방식이 다양해 매우 복잡하다. 그러면서도 모집 인원이 전체의 80%에 달해 대부분 학생들은 수시를 준비한다. 수능 위주의 정시는 재수생이 강하기 때문에 재학생은 불리하다.”

학종, 지균 등 단어부터 생소한 이 용어들은 무엇인가.

“서울대의 경우 수시모집 정원이 전체의 78.5%다. 그런데 서울대는 또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뽑는다. 학종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과 특성을 보고 뽑는 전형이다. 그렇다 보니 각종 대회 수상 실적이나 소논문 등 스펙이 많이 들어간다. 학종은 크게 일반전형과 지균으로 나뉜다. 지균은 일반전형과 큰 틀에선 비슷하지만 여기에 ‘지역균형’의 요소가 가미됐다고 보면 된다.”

드라마를 보면 보통 학생들은 학종을 준비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능은 본인이 보는 것이고 학종은 부모나 교사, 사교육이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취지가 좋았지만 현재는 서울 강남처럼 잘 사는 지역으로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 현상도 심화된다. 예를 들어 지난 12년 간 서울대 전체 합격자 수를 살펴보면 경기도와 서울은 크게 늘었는데 다른 지역은 급감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2007년과 2018년 서울대 합격자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제시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12년 사이 경기도는 서울대 합격자가 484명에서 720명으로 236명이나 증가했다. 서울은 2018년 1258명으로 2017년보다 50명 늘었다. 반면 부산(91명), 대구(80명), 경남(41명), 충북(28명), 광주(27명) 등 비수도권은 크게 줄었다.

수도권 합격자가 늘었다고 해서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똑같은 자료를 서울만 놓고 보자. 서울에서 사교육 특구를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강남과 양천구를 떠올린다. 서울 합격자 중 그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양천구는 4.6%에서 10.6%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강남구는 17.3%에서 20.4%로 증가했다. 그 외 다른 지역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서울이라도 이 지역의 서울대 합격자가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위 지역은 전통적으로 입시학원이 많고 재수생도 강세를 보인다. 즉, 수능 성적이 다른 지역보다 높으니까 당연히 서울대 합격자가 많은 것 아닌가.

“중요한 포인트다. 2007년 서울대는 수시로 46.9%, 정시로 53.1%를 뽑았다. 그런데 2018년엔 수시(78.5%)가 정시(21.5%)의 4배에 달했다. 만약 강남이 수능만 잘 했다면 정시 인원이 줄었으므로 합격자 수가 감소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다. 그 말은 수시로 바뀐 게 교육특구 입장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서울대 수시 합격자 중 그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니 강남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임 대표에 따르면 2007년 수시 합격자 중 강남구 출신은 8%였는데 2018년 15.7%로 2배가 됐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4.9%에서 11.7%로 증가폭이 더욱 컸다.

결국 서울대 합격자 중 수도권, 그것도 서울 강남구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서울대는 국립대(법인)이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자료라도 공개한다. 그러나 SKY 대학 중 고려·연세대는 이런 자료가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만약 실상을 들여다보면 서울대보다 쏠림 현상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서울 소재의 다른 명문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별 대학의 학생이 얼마나 잘 사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자료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자료를 통해서다. 재단은 학생의 경제적 형편을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층, 1~10분위로 나눠 8분위까지 장학금을 지급한다. 여기서 장학금을 못 받는 9·10분위는 부모가 고소득자인 소위 ‘잘 사는 계층’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재단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KY 대학생 중 9·10분위가 무려 46%나 됐다. 그것도 더욱 잘 사는 10분위(30%)가 9분위(16%)보다 2배가량 된다. 반면 SKY 대학을 제외한 전체 학생 중 9·10분위는 각각 13%, 12%였다. 고소득층 비율이 SKY 대학의 절반가량(25%)에 불과하다.

드라마에서 예서는 ‘지균’을 노린다. 말 그대로 ‘지역균형’인데 최상류층 자녀가 준비하는 것은 조금 모순 아닌가.

“어감 때문에 마치 지역에서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뽑는 전형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런데 이전에 상담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변호사, 의사, 약사 등 그 지역 유지의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2014~2018년 지균 합격자 비율이 1% 이상 늘어난 곳은 서울(25.7%→27%), 경기(17.5%→19.8%), 경북(4.8%→6.1%) 단 3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비슷하거나 대부분 줄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어떤가, 여전히 강남 쏠림이 심화되고 있나.

“2011년 서울대 지균 합격자가 가장 많은 곳은 25개 구 중 성북구(10명)였다. 그런데 2018년엔 2명으로 가장 적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구는 4명에서 18명으로, 서초구는 3명에서 10명으로, 송파·양천구는 각각 7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취지는 ‘지역균형’이지만 결과는 ‘강남 쏠림’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것 같다.  

“서울에선 사교육으로, 지방에선 학교가 학생을 만들어 보낸다는 말이 있다. 지역의 일반고는 수능으로는 서울대를 보낼 수 없는 학교가 많다. 지역의 전교 1등이 서울 강남에 오면 3등급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 입장에선 어떻게든 1, 2등 하는 학생을 키워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 결국 그 아이를 위해 교내 수상대회나 동아리 같은 것들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지방에서 내신 좋은 아이들은 그 지역 유지의 자녀들인 경우가 많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지방의 한 교사도 임 대표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방 학교에선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학교가 열심히 학생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었죠.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분명 사교육, 또는 부모가 스펙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는 나은 일입니다. 그러나 정말 공정한 입시라면 학생 스스로 이룩한 성과와 그 과정의 노력만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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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출입처를 거치며 시민·미래·인문 분야의 보도에 집중했다. 4차 혁명시대엔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 등을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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