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글중심

한국식 나이, 만 나이로 바꿀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9.01.04 18:11

[중앙포토]

[중앙포토]

새해가 될 때마다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태어난 날 이미 1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이 더해지는 한국식 나이가 혼란스럽다는 주장입니다. 공식적 나이인 만 나이보다 한국식 나이가 일상에서 더 많이 쓰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 ‘폐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사흘 동안만 14개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한국만의 나이 셈법이 글로벌화를 가로막는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모두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쓰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한 조사에서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상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자는 비율이 44%, 한국식 나이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비율이 46.8%였습니다. 한국식 나이를 고수하고 싶은 사람이 오히려 조금 더 많다는 결과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 특유의 서열문화가 그 이유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만 나이를 사용할 경우,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가 무너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1995년 3월 17일 생과 6월 14일 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지요. 두 사람의 만 나이는 올해(2019년) 3월 16일까지 모두 23살입니다. 그러나 3월 17일부터 한 사람은 24살, 한 사람은 23살이 됩니다. 그 순간부터 형(언니), 동생의 서열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석 달쯤 뒤 6월 14일이 되면 이제 두 사람 다 24살 '동갑'이 됩니다. 생일이 지나면 친구가 형(언니)이 되고, 형(언니)이 다시 친구가 되는 등 서열체계가 계속 변하게 된다는 것이죠. 한 살이라도 많으면 ‘형’, ‘언니’를 붙여 말하는 한국어의 특성에 빚어질 수 있는 혼란입니다. 일부 네티즌들도 “어차피 서열문화가 더 문제”라며 “바꿔 봐야 몇 월/년생이냐 가지고 또 싸울 게 뻔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나이를 물어 서열을 정리하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존댓말이 없는 언어문화권에 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나이에 따른 호칭보다 그냥 이름을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특히 서양에서 만 나이 사용이 일반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글중심(衆心)’이 네티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어제의 e글중심 ▷ 신재민 전 사무관, '의인’일까 ‘관종’일까

* e글중심(衆心)은 '인터넷 대중의 마음을 읽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 커뮤니티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반말과 비속어가 있더라도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그대로 인용합니다.

#다음

“동갑만 친구라고 하는 것도 답답한 문화일 뿐. 한 살 차이라고 친구 사이에도 존댓말 쓰는 것도 좋을 게 없다. 그냥 만 나이로 하고, 나이 따지는 쓸데없는 문화 좀 없애서 서열을 없애야 갑질이 사라지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꼰대, 꼰대 하는데 초딩들도 이미 유치원생들한텐 꼰대다ㅋㅋㅋ 대학만 가도 나이 개념 별 의미 없고 해외 가면 열 살이든 스무 살이든 다 친구고 서로 존중한다ㅠㅠ 우리도 좀 바뀌자”

ID ‘이승제’

#네이트판

“한국에서는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 2살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신이 실제로 살아온 햇수와 나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만 나이’를 써야 합니다. 첫째. 한국은 민법상 ‘만 나이’를 씁니다. 공공기관, 법원, 신문/방송에서도 이를 씁니다. 오직 실생활에서만 ‘한국 나이’가 통용됩니다. 둘째. 전 세계적으로 ‘만 나이’를 쓰고 있어 세계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써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만 나이’ 쓰기 운동을 장려해야 합니다.”

ID ‘만나이’

#클리앙

“한국식 셈법 때문에 나이로 계급 나누는 문화가 생긴 게 아니잖아요. 나이로 계급 나누는 건 그냥 몇 년생인지 따져서 계속할 겁니다. 한국 나이든 만 나이든 상관 없어요. 그냥 90년생은 91년의 형, 존댓말 해야 하는 사람. 정리 끝이죠. 중요한 건 나이로 계급 나누는 문화가 없어져야 하는 건데, 근데 이 문화는 절대로 안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이런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게 존댓말인 게 존대를 해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 정해야 하니 서열 문화는 계속될 겁니다.”

ID ‘빅보스’

#엠엘비파크

“만 나이는 이미 다 공식적으로 쓰고 있죠. 그냥 가까운 약국 같은 데 가서 약만 타 봐도 약봉지에 만 나이로 표기하지 한국식 나이로 표기하는데 없음. 관공서 서류 처리할 때도 전부 만 나이로 표기하고 있고. 근데 사람들 인식이 하루아침에 나이 한 살씩 줄이는 게 어려운 거죠. 한국식 나이 쓰는 걸 스스로 안 바꾸니까 괴리감이 생기는 것뿐.”

ID ‘아래짤’

#루리웹

“기원 후 001년부터 099년 까지 몇 세기라고 하냐? 1세기라고 하지. 반대로 영미권에서 셀때는 xx year old... 몇 년 묵었냐고 물어보는 거고 이건 지난 햇수를 말해야 하는 게 맞음. 걍 관점의 차이고 동양식은 원래 저렇게 셌는데, 일본 애들이 서양식 따라하는 거 보고 '우리나라가 이상함' 이런 소리 하는 애들은 도대체 뭔지... 애초에 아시아 쪽은 원래 다 이런식으로 셌음. 근데 일본은 명치유신 때 신토랑 같이 갈린 거고. 중국은 문혁 때 문화재랑 갈린 거. 역사를 공부합시다.”

ID ‘앸시스’

#웃긴대학

“이젠 조선시대마냥 척화비 세워서 단교하는 세상도 아닌데 외국인들과 사귈 때 큰 걸림돌이 되지. 같은 95년생인데 상대는 만 나이, 나는 한국식으로 말하면서 '넌 동생이야^^' 그리고 94 외국인한텐 '우린 친구 ^^' 이렇게 된다는 거 아님? 그럼 외국인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지. 그리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이 한국식 나이가 예로부터 전통적인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던데 이건 하나의 문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ID ‘스타2를하자o’

#엠엘비파크

“만 나이보다 나은 장점은, 1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한 연도 내에서는 안정된 나이 서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언어 생활에서 존댓말, 반말 사용을 결정해야 하니, 이 유용성이 의외로 크게 일반 사람에게 느껴지는 겁니다.”

ID ‘빛둥’

박규민 인턴기자

지금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들입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원글로 이동합니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