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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4명 중 1명 서울대 수시 합격… 하나고의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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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전형은 ‘명문 대학’으로 가는 가장 넓은 길이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일수록 정시(수능성적 중심의 선발)보다는 수시(고교 내신과 비교과 활동 중심의 선발)로 신입생을 뽑길 원한다. 수시냐 정시냐 논란은 뜨겁지만, 큰 흐름에 변화가 없다. 대학마다 편차가 있지만 주요 명문대의 수시 모집비율은 약 75% 선이다.

수시 전형에 특화된 교육 시스템 #재학생 207명 중 49명 서울대 합격 #서울 주요대학 수시 합격자 143명

그런데 그 넓은 길이 의외로 한산하다. 학력고사 세대인 부모들은 수시 모집을 잘 모른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낯선 제도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력고사 때가 좋았다”며 과거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하나고등학교 교정

하나고등학교 교정

그사이에 엄청난 성과를 내는 학교가 있다.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 재학생 207명 가운데 143명이 수시 모집으로 합격했다. 재학생만 카운트한 결과다. 그중 서울대 등록한 학생만 49명에 이른다. 과학 영재가 모인 서울 과학고·경기 과학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다.

진학담당을 맡은 이문호(43)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143명이 모두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이 엄청난 노력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사의 노력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번의 시험에 운명을 맡기는 정시와 달리 수시는 고교 과정 전체를 평가한다. 일선 교사가 3년간 학생을 평가한 결과가 입시의 잣대가 된다. 학생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얼마나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담겨있는가에 당락이 결정된다.

고교 학생부에는 과목별로 학생이 어떤 역량을 보였는지 세부 내용을 500자씩 기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고교에서는 학생을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문호 교사는 “하나고는 선생님마다 매 학기 100명에서 200명에 대해 500자씩 기록한다. 6~8월, 12~2월까지는 이 일로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의적 체험 활동·독서활동·동아리 활동·진로탐구 활동 역시 선생님이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평가받는다. 덕분에 하나고 학생부는 A4용지로 20장을 훌쩍 넘는 게 기본이다.

이는 교사 개인의 성실함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학생부에 쓸 수 있는 내용물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교내에서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활동만 학생부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을 적을 수 있게 된다면 ‘금수저’에게 유리해지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서다.

하나고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체육대회와 명사 초청 강연회를 연다. 학생들은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들을 교내에서 체험할 수 있다. 학교 행사로 진행된 일이라 이 모든 활동은 모두 대입의 기준이 되는 생활기록부에 쓸 수 있다. 국어의 날, 영어의 날, 수학의 날, 과학의 날이라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영어의 날에는 뮤직비디오 만들기, 영어 토론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 글쓰기대회가 열린다. 수학의 날에는 파이데이, 수학 경시대회, 수학논술대회 등이 열린다. 참여 활동과 수상 내역은 역시 학생부에 올릴 수 있다. 세분된 교과목도 하나고가 수시에 강한 이유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맞춤형 커리큘럼을 짤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 교사는 “하나고에는 고3 담임 수시 협의회가 있다. 3학년 1학기 내내 머리를 맞대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놓고 어느 학교 어느 과에 적합할지 맞춤형 전략을 짜낸다. 또 입시 결과가 나오면 서울 주요대 입학처를 찾아가 대학의 의견을 경청한다. 여느 학교는 진학 담당 선생님만 찾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학교는 고3 담임 전원이 10여개 학교를 모두 함께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고는 개교 이후 줄곧 이 같은 프로그램을 완성도 높게 만드는 데 힘써왔다. 반면 전통이 있는 학교는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우리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으로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다. 수년째 우리 학교의 노하우를 다른 학교에 알려주지만 쉽게 만들지는 못한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시를 겨냥한 수업에만 익숙한 교사가 바뀌는 것도 힘들고, 학교가 새로운 시스템으로 혁신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에게 수시로 대학을 가기 위해 예비 고교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 교사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로 “무엇보다 교육 과정이 잘 짜여 있는 학교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를 지원할 때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육 과정과 전년도 입시 결과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하는 행사는 할 수 있는 한 모두 참여하라”고 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진로와 상관이 없어 보여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라. 대학은 그런 학생을 좋아한다. 또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고,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진로와 관련된 과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진로와 연결된 다양한 활동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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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처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가 많지만 그의 조언 중 “자신의 관심 사항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은 현실적인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동아리 활동을 친구들과 만들어 학교의 승인을 받는 등의 노력도 가능하다. 이렇게 학교를 설득하고 새로운 동아리를 만드는 과정이 학생부에 담기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 교사는 “하나고 자랑으로 비칠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말했다”며 “일부 문제가 있다고 수시 제도 전체가 매도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대학이 수시로 학생 선발 비중을 높이는 데는 그만한 장점이 있어서다. 정시만으로 학생을 뽑자는 건 현재 공교육 시스템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무섭다고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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