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폴인인사이트] 두껍고 하얀 베이컨 뒤의 믿음… "깊고 좁은 브랜드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한때 잘나가는 영상 기획ㆍ제작자였던 그는 지금은 베이컨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일반 베이컨과는 좀 다르다. 일단 하얗다. 가공 육류의 보존제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을 쓰지 않아 붉은 색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래 걸린다. 베이컨 한덩어리를 일주일 동안 만든다. 향신료를 발라 재우고 말리고 다시 향신료를 바른 뒤 저온에서 5시간 동안 굽는다. 이렇게 만든 베이컨은 150g이 1만원 정도에 팔린다. 대중적인 베이컨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싸지만 마켓컬리ㆍ29CM 같은 유명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주의 베이컨은 방부제와 발색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두껍고 하얗고 비싼 이 베이컨은 유명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사실주의 베이컨]

사실주의 베이컨은 방부제와 발색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두껍고 하얗고 비싼 이 베이컨은 유명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사실주의 베이컨]

남다른 베이컨을 파는 이 사람은 이태원에서 '사실주의 베이컨'을 운영하는 남윤서 대표다. 그는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Be My B)가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에서 연재하고 있는 <브랜드 위클리>의 세번째 연사로 등장했다. 요리를 못 하던 그는 왜 요식업에 뛰어들었을까. 왜 베이컨을 선택했으며, 독특한 제조법과 참신한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비마이비 살롱 참가자들과 대화하듯 풀어나간 남 대표의 이야기 중, 브랜드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일부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폴인의 <브랜드 위클리>에서 읽을 수 있다.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에서 강연 중인 남윤서 사실주의 베이컨 대표 [사진 비마이비]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에서 강연 중인 남윤서 사실주의 베이컨 대표 [사진 비마이비]

먹고 입고 사는 것이 나 자신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이 세 가지가 ‘나 자신’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고기, 베이컨 많이 먹자!’보다 ‘적절히 맛있게 먹자!’를 주장하는 사람이죠. 사실 베이컨이나 소시지 자체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걸 제조하는 과정, 시스템화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생길 뿐이죠. 값싸고 질이 안 좋은 재료를 쓰는 것처럼요. 저는 어떻게 만들어 먹고 살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믿습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라  

저에게 브랜드는 ‘어떻게 쓰일 것인가, 어떻게 돈 벌 것인가’를 정하는 겁니다. 값을 싸게 해서 많이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할 건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어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할 건지 고민하는 게 브랜딩이죠. 오늘 이 비마이비 모임에 오면서 ‘나는 왜 사실주의 베이컨을 만들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사실주의 베이컨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오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우리 제품에 만족하진 않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풍성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커피믹스만 먹다가 에스프레소를 먹게 됐다고 상상해봅시다. 그 사람은 커피 맛이 다양하고 깊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을 거예요. 취향의 발견, 경험의 확장이 이뤄진 거죠. 이런 건강한 베이컨도 있을 수 있다는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우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입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깊고 좁아진다 

어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깊어지고 좁아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외식 시장이 거품이라 할 만큼 팽창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좁아지는 내부 시장도 분명히 있어요. 저는 전문적인, 제대로 만든 재료 하나하나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판단 아래 베이컨을 전문화시키고, 여러 맛의 베이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이태원에 위치한 사실주의 베이컨 매장의 모습. [사진 사실주의 베이컨]

이태원에 위치한 사실주의 베이컨 매장의 모습. [사진 사실주의 베이컨]

사실주의 베이컨의 고객들은 대중적인 코드에 맞는 사람들이 아닐 것 같습니다. 본인의 취향이나 대중적인 취향에 대해 고민하시진 않나요?

저도 대중적인 코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걸 추구하진 않거든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취향이 평범한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물론 제 취향이 대중적으로 확장되면 좋겠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고요. 매장 서비스나 베이컨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한 주요 고객층에 얼리어답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살아남으면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겠지만요. 그때까지 제가 버티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요.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깊어지고 좁아지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 트렌드를 예상하고 베이컨에 집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베이컨 말고 다른 식자재는 또 없을까요?

요즘은 점점 간편식이 각광받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맛있고 좋은 요리를 먹고 싶은 욕심도 커지지만, 이왕이면 편하게 먹고 싶다는 욕구도 같이 커지는 거죠. 최근에 저는 채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수프 가게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흔히 떠올리는 걸죽한 수프라기보다는, 국 같은 수프를요. 설렁탕을 수프처럼 만드는 거죠. 간편하면서도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테이크아웃도 쉽고, 또 매장이 작아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요식업을 시작할 때 제일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매출을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브랜드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 같고요. 이때 창의력이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게 성공을 가르는 요인이겠죠.

F&B 시장에서 제일 두려운 건 결국 대기업 진출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대기업에서 고급 베이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실주의 베이컨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뭘까요?

이미 시장의 흐름은 변하고 있습니다. CJ에서 통베이컨도 나오잖아요. 좀 더 고급화된 베이컨을 향한 수요가 있다는 게 증명됐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죠. 또 대기업에서 고급 베이컨을 출시하면 시장이 그만큼 넓어지는 거니까 더 고맙고요. 일단 고급 베이컨을 만들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시중에서 팔리는 베이컨과 저희가 만든 베이컨을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폭이 좁아진다면 제가 더 유리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많은 대기업이 고급 베이컨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실주의 베이컨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브랜드 위클리>에서 읽을 수 있다.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 네번째 시즌에서 오간 이야기를 담는 <브랜드 위클리>는 매주 금요일, 폴인 웹사이트에서 연재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