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신재민 공익신고자 인정되면 법적 처벌 피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9.01.04 01:50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언론 제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폭로전을 펼치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공익신고자가 될 수 있을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을 당한 두 사람은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권익위보다 높은 잣대로 공익신고자 인정
김태우·신재민 공익신고 인정돼도 법적 처벌 가능성
"공익 신고 아닌 언론 유출로 징계하면 대응 어려워"
법원, 폭로 내용 비밀여부 판단도 중요 요소

3일 검찰에 출석한 김 수사관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익을 누설하는 것이 범죄"라고 했고 전날 기자회견을 한 신 사무관은 "공익신고자 인정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두 사람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다면 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의 경우 선고 가능한 최대 형량이 2년이다. 감경만 받아도 징역형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권익위 "김태우, 신재민 공익신고자 인정 원칙따라 처리"

우선 두 사람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신들의 폭로가 국가의 공익침해행위에 해당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정치적 논란과 상관없이 다른 신고자처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하지만, 인정을 받는다 해도 법원의 문턱을 한번 더 넘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책임이 면제되는 공익신고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판사와 판례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권익위보다는 엄격하다. 두 사람이 법적 보호(책임 감경·면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직 공무원인 김 수사관의 경우 공익신고 전 언론에 폭로를 먼저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무죄를 받더라도 언론 유출을 근거로 대검찰청이 요구한 중징계(해임)가 유지돼 검찰 복직이 어려울 수 있다.

두 사람과 폭로의 방식과 형태가 비슷했던 전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박모씨는 권익위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에서 선관위에 패소한 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파면당했다.

대법원, "공익신고 아닌 언론 인터뷰로 파면 사유 인정"

박씨는 2008년 3월 화장장 유치 문제로 하남시장 주민소환이 추진될 때 "투표 청구 서명부가 조작됐지만 이를 선관위 직원들이 묵인했다"며 공익 신고와 언론 인터뷰를 했다. 법원은 선관위가 의도적 묵인이 아닌 실수를 한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따라 박씨의 파면 사유도 공익신고가 아닌 "언론 인터뷰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라는 선관위의 주장을 인용했다.

당시 권익위는 "언론 인터뷰와 공익 신고는 같은 행위"라고 주장하며 "박씨가 공익신고를 할 때 의도적 묵인으로 판단할 정황이 충분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태우 수사관의 해임 사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언론을 통한 기밀 유출이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박씨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가운데)이 2012년 3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가운데)이 2012년 3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한국의 대표적인 내부 고발자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장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과정에서 시도했던 증거인멸에 대해 2013년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공직도 박탈당했다. 장 주무관은 저서『블루게이트』에서 "진실을 알리고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져 더 많은 불법 사찰이 밝혀진 것에 대한 정상참작은 없었다"고 했다.

법원은 또한 공익침해행위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2012년 KT에 근무하던 이해관씨는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와 관련해 "KT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KT는 이씨에 대해 인사 조치를 취했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이라는 권익위와 행정소송을 벌였다.

당시 1심 법원은 "공정거래위 조사결과 KT가 무혐의 결정을 받았으니 이씨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2심, 3심은 "공익신고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라 볼 수 없고 사후적인 결론이 아닌 당시 상황이 중요했다"는 권익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3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 후송된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직원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 후송된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직원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내부 고발의 경우 사안마다 쟁점과 성격이 다를 수 있어 결론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송 과정에서 이씨는 KT에 해임 등 수년간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이해관씨 등 한국의 내부고발자들은 조직의 쓴맛을 겪는다"고 보도했다.

NYT "한국의 내부고발자들 조직 쓴맛 겪어"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공익신고자가 내부 고발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공익신고자의 보호 방안에 대한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폭로한 내용을 법원이 국가기밀로 판단하지 않을 경우 공익신고자 인정과 상관 없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 법원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기능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 등 비밀 여부를 판단할 때도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최진녕 변호사는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이 공개한 내용 중 일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익적 성격을 지녔을 가능성도 있다"며 "법원이 처벌이 필요한 비밀 누설 행위로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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