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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유니콘]물건 받을 때 제품값 지급…후불제로 ‘동남아 아마존’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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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포이그넌트 라자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라자다 사이트에서 ‘한국’ 검색이 최근 1년 새 세 배로 늘었다“며 ’앞으로 동남아와 보다 활발한 교류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 라자다그룹]

피에르 포이그넌트 라자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라자다 사이트에서 ‘한국’ 검색이 최근 1년 새 세 배로 늘었다“며 ’앞으로 동남아와 보다 활발한 교류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 라자다그룹]

피에르 포이그넌트 라자다 CEO 인터뷰

싱가포르의 중심가 센톤 웨이에 있는 AXA타워. 지난해 12월 17일 이곳에서 만난 피에르 포이그넌트(40·Pierre Poignant) 라자다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취임 닷새째 되는 날 인터뷰했다. 그는 기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라네기’를 대화의 소재로 꺼냈다.

연말 세일 기간에 13억명 접속 #매출 90% 이상이 모바일로 결제 #동남아, 젊은층 많아 사업성 밝아

“한국에서 왔으면 ‘라네기’를 잘 알 것이다. 라네기는 우리 사이트에서 여러 번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동남아에서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라네기? 조금 더 듣고 나서야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laneige)’를 말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동남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자다에서 한국 브랜드가 그만큼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피에르 포이그넌트 라자다 CEO

피에르 포이그넌트 라자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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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다는 이제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이름이다. 싱가포르에서 2012년 설립된 지 2년 만에 동남아 시장을 완전 장악해 ‘동남아의 아마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이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91%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라자다의 포이그넌트 CEO는 지난해 12월 13일 취임했지만, 창업 시절부터 라자다에서 근무해 누구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의 명문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컴퓨터과학)와 미국 MIT 대학원(정보기술)을 졸업하고 맥킨지컨설팅, BNP파리바 등을 거쳤다.

규제OUT과 관련된 중앙일보 모든 기사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연결이 안되면 이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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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소감을 말해 달라.  
지난 6년간 라자다에서 물류와 운영 등을 맡아왔다. 드라마틱한 성장을 직접 체험했고, 이제는 우리가 ‘넥스트 알리바바’로 불리는 것에 대해 긍지를 가진다.
동남아 시장의 특징은.
서쪽의 미얀마부터 동쪽 끝 파푸아뉴기니까지 거리가 미국의 시애틀~뉴욕보다 멀다. 인구는 6억 명이니까 북미보다 많다. 여기에다 다양한 국가·인종·언어·종교·문화 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다이내믹하다. 각각의 지역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게 가장 주목할 포인트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라자다 물류허브.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라자다 물류허브. [로이터=연합뉴스]

어떤 잠재력을 말하는 것인가.  
경제성장 덕분에 중산층이 증가하고,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인터넷 쇼핑의 90% 이상이 모바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사업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성과를 소개해 달라.  
지난해 11월 11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쇼핑 페스티벌(연말 정기세일)’에 연인원 13억 명이 방문했다. 하루 400만 명 넘는 고객이 라자다에 접속해 평균 171만 건(총 5500만 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매출이 평소보다 30배 이상 뛰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으로 200t 이상 되는 상품을 운송하기 위해 전세 항공기 3대를 띄웠다.

싱가포르 투자기관인 테마섹홀딩스에 따르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7년 109억 달러(약 12조2700억원) 규모였다. 2025년에는 881억 달러(약 99조2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남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50억 달러(약 5조63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추정한다. 한국(약 20%)이나 중국(약 12%) 등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거꾸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포이그넌트 CEO는 “동남아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가 4조 투자, 물류기지만 31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주주인 알리바바의 기대가 크겠다.
기대치가 높으니까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것이다. 지금까지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투자됐다. 첨단 정보기술(IT) 혁신과 31개의 물류기지, 200여 개 창고 등 물류 인프라 확보에 썼다. 동남아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핵심 지역이다.
라자다는 창업 2년 뒤인 2014년 동남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마존이 싱가포르에서 ‘2시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중국 징둥과 텐센트이 합작 투자를 하는 등 경쟁자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모두 훌륭하고 뛰어난 경쟁자들이다. 그들의 전략에 대해선 코멘트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우리 전략대로 잘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신용카드가 보편화하지 않은 것을 고려해 배송된 자리에서 현금 결제하는 ‘캐시 온 딜리버리’, 무료 반품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CJ대한통운 등 100여 개의 물류 기업과 손잡는 동시에 자체 배송 시스템인 ‘라자다 익스프레스’도 운영한다.
판매 기업이 라자다와 손잡았을 때 유리한 점은.  
빅데이터다. 라자다는 최근 5~6년간의 동남아 소비자들 구매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했다. 특정 아이템에 대해 판매자들에게 가격은 어느 선에서 결정하고, 재고는 얼마나 보유해야 하는지, 타깃 마케팅은 어때야 하는지 효과적으로 제안한다.
알리바바와는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있나.
먼저 우리는 비전을 공유한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전 세계 20억 명이 가입해 매일 1억 명이 접속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 안에서 100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사업적인 공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알리페이 결제나 위조품 대처, 사이버 범죄 대응 등에서 알리바바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난히 ‘상생’을 강조한다.
기존 대기업이 주도하던 경제는 ‘컨테이너’라는 말로 대변된다. 대량 생산과 대규모 유통을 통해 대기업이 성장하는 구조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거래는 (규모가 작은) 소포(parcel)에 가깝다. 이걸 우리는 ‘파슬라이제이션(parcelizati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미래의 물결이고, 여기서 일자리와 상생 경제가 나온다.
싱가포르에 있는 라자다 물류허브. 라다자는 동남아 30여 곳에 물류기지를 운영 중이다. [사진 라자다]

싱가포르에 있는 라자다 물류허브. 라다자는 동남아 30여 곳에 물류기지를 운영 중이다. [사진 라자다]

한국 기업과 거래가 활발한가.
동남아 소비자들로부터 강력한 수요가 있다. 특히 패션과 화장품, 액세서리 분야가 강하다. 라자다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코리아’ 검색이 3배나 늘었다.

라자다는 어떤 회사

2012년 3월 창업한 전자상거래 업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6개국에 진출해 있다. 독일계 로켓인터내셔널의 막시밀리안 비트너(Maximilian Bittner)가 회사를 만들었다. 미국의 대대적인 세일 행사인 ‘사이버 먼데이’를 벤치마킹한 11월11일의 세일 페스티벌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 1위로 도약했다. 중국계 알리바바그룹이 40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 주식의 91%를 알리바바가 보유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18인 중 한 명인 루시 펑(Lucy Peng) 앤트파이낸셜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포이그넌트가 CEO 직을 승계했다. 가전제품부터 생활용품·장난감·의류·식료품 등에 걸쳐 3억 개의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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