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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유니콘]“소셜커머스서 물건 파는 SNS 스타 마케팅…1년새 5배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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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라이 창 웬 닌자밴 최고경영자(CEO)가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 사무실 앞에서 배송차량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라이 창 웬 닌자밴 최고경영자(CEO)가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 사무실 앞에서 배송차량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라이 창 웬 닌자밴 CEO 인터뷰 

“여기입니다.”

화물 분류·조회 모바일로 통합 #업무 단순화시킨 게 성공 비결 #동남아에 물류 거점 300곳 확보

싱가포르 잘란 부킷 메라 거리의 프런테크빌딩 1층에 있는 닌자밴(Ninja Van) 본사. 기자가 최고경영자(CEO) 집무실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한 귀퉁이에서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젊은 청년이 오른손을 흔들며 빙긋 웃었다.

배송기사를 포함해 임직원 1만7000명이 넘는 물류 스타트업 기업의 CEO가 근무하는 곳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2014년 설립된 닌자밴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물류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초고층 오피스는 아니어도 금세라도 아이디어가 솟을 듯한 산뜻한 인테리어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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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17일 만난 라이 창 웬(31·Lai Chang Wen) 닌자밴 창업자 겸 CEO는 직원이 30~40명쯤 되는 ‘그저 그런’ 사무실 한구석에서 모니터에 파묻혀 일하는 중이었다. 인터뷰는 라이 CEO의 자리 뒤편에 있는 공용 회의실 겸 휴게실에서 약 90분간 진행됐다. 그동안 그는 수십 개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규제OUT과 관련된 중앙일보 전체 기사를 이미지를 클릭하면 보실수 있습니다. 연결이 안되면 이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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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 배치는 초심을 지키겠다는 뜻인가.
(웃으며) 아니다. 형편이 좋아져서 이 정도다. 창업 시절엔 낮에는 투자 유치를 위해 뛰어다녔고, 밤엔 배송물 500여 개를 분류하다 그 옆에 있는 작은 침대에서 잠들곤 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성공했나.
사실 엄청난 아이디어를 낸 게 아니다. 지난 5년 내내 ‘번거로움(hassle)’과 싸웠다. 닌자밴은 ‘라스트 마일(last mile)’ 배송을 동남아에 정착시켰다. 물류 기지에서 고객의 집 앞까지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아직도 동남아에선 종이로 프린트하는 여건이 충분하지 못하다. 프린트 대신 모바일로 스캔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갖췄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하나로 화물 분류부터 실시간 조회, 요금 결제, (배송기사가) 다음 배달할 주소와 지도 제공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했다. IT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단순화하는 이기(利器)가 되는 것이다. 
라이 창 웬 닌자밴 CEO가 싱가포르 본사 사무실 한 구석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상재 기자

라이 창 웬 닌자밴 CEO가 싱가포르 본사 사무실 한 구석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상재 기자

경쟁 상대는.  
국가별로 배송 네트워크를 보유한 우체국 서비스, 그리고 글로벌 물류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IT에 기반을 둔 동남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물류서비스 회사는 우리밖에 없다. 동남아에서는 글로벌 물류기업보다 닌자밴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다.
지난해 실적은.
최근엔 매달 1000만 개의 물동량을 처리한다. 지난해 한 달 평균 200만 개 처리에서 다섯 배로 성장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태국 등 6개국에서 2500명이 일한다. 직접 채용한 배송기사만 1만5000명 가까이 된다(※국내 1위인 물류대기업 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기사가 1만8000명이고, 연간 10억개의 물동량을 처리한다).
1년 만에 다섯 배 성장이라니 믿기 어렵다. 
전자상거래, 정확히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성공 배경이다. 동남아에서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케팅’이 활발하다. 수천에서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라인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상품을 직접 소개하고 소통하면서 마케팅하는 시장이다. 대략 10만 명쯤의 인플루언서가 닌자밴 물류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과 상품 배송 계약을 맺으면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한 달 300만 개까지 증가했는데 올해는 500만 개 이상을 자신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국의 화장품 회사가 싱가포르에 진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직접 진출하거나 현지 총판과 계약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면 소비자가 사는 가격이 비싸진다.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장터)에서 판매할 수도 있겠으나 현지 소비자한테 어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기에서 팔리는 브랜드가 너무 많다 보니 성공하기 어렵다.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팔로어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가격도 적절하고, 데이터 마케팅도 가능해 훨씬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유명 인플루언서는 하루에 100만 건 넘는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들에겐 신뢰가 무기이자 생명이다. 닌자밴은 자체 물류 경쟁력에다 효과적인 빅데이터 마케팅을 이들에게 제안해 시너지를 추구한다. 실제로 재구매도 활발하고, 배송도 효과적이다.
동남아 진출을 바라는 한국 기업과 손잡을 수도 있나.
물론이다. 한국 브랜드는 품질이 상당히 우수하다. K팝이나 K드라마 인기를 타고 선호도도 높다. 닌자밴이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에 ‘똑똑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 서너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닌자밴은 프랑스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의 벤처캐피털로부터 8500만 달러(약 960억원)를 투자받았다. 라이 CEO는 “동남아 전역에 300여 곳의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당분간 글로벌 투자 유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유치할 때 닌자밴의 어떤 매력을 강조하나.  
단순한 배송회사가 아니라 IT 회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현지 기업으로서 동남아 구석구석에 익숙하다는 것이 첫 번째 강점이다. 지금까지 IT 회사로서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는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중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그 실험 무대가 될 것이다.
2019년 사업 목표는.  
지난 1~2년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미 우리는 ‘동남아 넘버원’이다. 올해는 이런 가치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닌자밴 본사에 있는 정보기술(IT) 개발실. 이 회사는 물류 인프라에 첨단 IT를 접목해 급성장했다. 이상재 기자

싱가포르 닌자밴 본사에 있는 정보기술(IT) 개발실. 이 회사는 물류 인프라에 첨단 IT를 접목해 급성장했다. 이상재 기자

‘닌자’라는 브랜드는 일본 무사를 연상시킨다. 어떻게 구상했나. 
군 생활을 주로 대만에서 했다(싱가포르는 2년간 의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훈련할 때 음식을 배달해주는 차량 이름이 ‘닌자’였다(웃음). 개인적으로는 ‘행복을 배달해 준다’는 뜻도 있다. 군에서 훈련하면서 배고플 때 음식 배달 차가 제일 반가웠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젊은이에게 메시지를 준다면. 
일단 틀려도 낙심하지 마라. 계속 노력해야 한다. 다만 한발 물러서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냉정히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한참 성장하던 시절, 업무가 뒤죽박죽된 적이 있다. 신기술을 무기 삼아 배송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했는데, 현장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석 달 내내 기능보다는 시스템 정비에만 몰두했다.

라이 창 웬 CEO는 누구

1988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났다. 싱가포르경영대학(SMU)에서 재무학을 전공하고 잠시 영국계 바클레이스 은행에서 일했다. 대학 때 중고 자전거 부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을 만큼 스스로를 ‘타고난 창업가’라고 부른다. 남성 패션 브랜드 ‘마르셀라’를 운영하면서 물류 시스템 혁신을 고민하다가, 샤운 총(Shaun Chong)과 복시안 탄(Boxian Tan) 등 공동 창업자 2명과 의기투합해 닌자밴을 창업했다. 그가 졸업한 SMU는 싱가포르 정부가 세운 세 번째 국립대학으로, 호권핑(何光平) 반얀트리 회장이 초대 총장을 지냈다. 호권핑 회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세계적인 리조트호텔 체인인 반얀트리를 설립한 인물이다. 초대 총장에 기업인 출신을 영입할 만큼 싱가포르 정부는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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