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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인상은 1월, 기초·장애인연금은 4월…왜 그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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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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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기초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장점은 연금의 가치 하락을 막는 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개인연금 상품에는 이런 장치가 거의 없다. 공적연금은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만큼 연금 액수를 올린다. 매년 4월에 올려서 다음 해 3월까지 적용한다. 지난해 4월에는 1.9% 올랐다.

물가상승률 반영한 인상 시기 #국민연금 4월 → 1월로 앞당겨 #기초·장애인연금 인상은 그대로 #국회 늑장 탓 예산 마련 못해

그런데 왜 4월일까. 1월부터 적용하지 왜 석 달 늦을까. 이런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되자 1월로 당겼다. 그런데 국민연금만 당겼다. 기초연금을 받는 507만명의 노인과 36만5000명의 장애인연금 대상자는 소외됐다. 국회가 지난달 27일에서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기초연금·장애인연금이 따라갈 수 없었다.

456만명의 국민연금 수령자는 25일 연금을 받을 때 지난달보다 1.5% 올라간다. 20년 보험료를 부은 사람은 지난달 91만882원에서 이달 1만3660원이 오른 92만4542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최고액 수령자는 월 204만5550원에서 207만6230원으로 오른다. 456만명의 평균 연금도 39만8049원에서 40만4019원으로 약 6000원 오른다. 석 달 치 더 받는 돈이 20년 가입자 기준으로 약 4만1000원에 달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석 달 치를 당기는 데 올해 2660억원이 들어간다. 내년 1~3월 3300억원이 필요하다. 2060년까지 76조원이 더 들어간다(보건복지부 추계). 19대 국회에 법률개정안이 제출됐고, 2015년 국회 ‘공적연금 강화 특위’ 등에서 논의됐지만 유야무야 됐다. 이렇게 바꾸려는 이유의 하나는 공무원·군인·사학 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형평성 때문이다. 이들은 1월부터 오른다. 이번에 이 문제는 해결됐지만 기초연금·장애인연금이 차별받게 됐다.

경남 창원시 구모(68·여)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같이 받는다. 구씨는 4월에 국민연금이 조금씩 오르는 걸 알고 있다. 이번에 1월부터 오른다는 걸 잘 모르고 있다. 그걸 알려줬더니 “기초연금이 같이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어르신의 반응이 이럴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국민연금 물가상승률 반영 시기를 1월로 당기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에 연기금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들어있었다. 난데없는 대학원 설립 방안이 등장하면서 교육부·기재부 반대에 부닥쳤다. 법사위 소위원회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진도가 안 나가다 27일에야 법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장애인연금을 1월로 당기는 데 필요한 예산(627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초연금법과 장애인연금법에 물가상승률 반영은 국민연금에 따르게 돼 있다. 당연히 1월로 따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지자 국회 통과 법안에서 기초·장애인 연금은 4월에 반영하는 것으로 못박아버렸다. 이 때문에 노인과 장애인은 올 1~3월 지난달과 같은 25만원을 받아야 한다. 국회가 제대로 했더라면 25만375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석 달치 1만1250원을 덜 받게 됐다. 내년 1~3월에라도 받으려면 또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정부의 저소득층 기초연금·장애인연금 30만원 인상 방침에 따라 4월에 기초연금 대상자 150만명과 장애인연금 대상자 16만명은 30만원을 받게 된다. 국회가 국민연금 인상 시기를 당기는 데까지는 좋았으나 노인과 장애인의 마음까지 보듬지는 못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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