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이 폭로한 바이백 취소, 기재부 왜 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9.01.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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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2017년 11월 ‘국고채 조기 매입(바이백)’ 취소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다. 신 전 사무관과 기재부의 공방에도 ‘진실’은 아직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의문 네 가지
하루 전 돌연 취소한 이유 뭔지
해명·의사결정 과정 석연찮아
“국가채무 관리” 명분도 어설퍼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아직 풀리지 않은 ‘그날’의 미스터리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바이백 취소의 시점이다. 기재부가 왜 하루 전에 갑자기 바이백을 취소했냐는 의문이다. 2017년 11월 14일 오후 김동연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초과 세수 중 6조원 정도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국채 (조기) 상환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김 부총리가 바이백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잠시 후 오후 3시 20분쯤 기재부는 바이백 취소를 발표했다. “2017년 11월 15일 시행 예정이었던 제12차 국고채권 매입이 취소됐음을 공고합니다”란 한 줄 공지가 다였다.

둘째는 기재부의 석연찮은 침묵과 뒤늦은 해명이다. 바이백 취소에 따른 시장 혼란에도 발표 당일 기재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다음날 김 부총리가 직접 나섰지만 의문만 더 키웠다. 그는 “큰일이 아니다. 초과 세수 처리 계산 중에 실무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계산’과 ‘실무 차원’이라고 김 부총리가 해명했지만, 급하게 취소 공고를 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시장 관계자는 없었다.

셋째는 기재부의 오락가락 의사 결정이다. 2017년 11월 17일 기재부는 “22일 1조원 규모 국고채 매입(바이백)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틀 전 예정했던 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했다가 다시 진행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조 단위 국고채 매입을 추진하면서 며칠 사이에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기재부를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채권시장에 팽배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등을 돌렸다. 2017년 11월 14일부터 24일까지 9거래일간 외국인의 국채 순매도 규모는 3149억원에 달했다.

넷째 미스터리는 국채 바이백과 국가채무 비율의 관계다. 1조원의 바이백을 예정대로 진행했더라도 중앙정부 채무는 0.16% 감소하는데 그친다. 채권시장에 충격을 주면서까지 바이백을 취소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기재부 재정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6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고채가 554조8000억원(87.5%)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채 1조원어치는 중앙정부 채무의 0.16%에 불과하다.

기재부가 국가채무 비율을 39.4%보다 높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더라도 1조원 바이백 취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사건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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