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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정비한다며 흙으로 덮어…3년새 습지 74개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13년에 촬영한 경기 양평 수대울 하천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2013년에 촬영한 경기 양평 수대울 하천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하천정비 사업으로 인해 소실된 수대울 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하천정비 사업으로 인해 소실된 수대울 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지난 3년 동안 전국적으로 74곳의 습지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와 최근 3년간 전국의 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74곳의 습지가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했다고 3일 밝혔다. 국립습지센터에서는 국가습지현황정보 목록에 등록된 2499곳의 내륙습지 중 총 1408곳의 습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지역별로 소실된 습지는 경기가 2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청 21곳, 강원 13곳, 전라 12곳, 제주 3곳, 경상 2곳으로 확인됐다.

면적이 감소한 습지 91곳은 전라 52곳, 경기 19곳, 경상 12곳, 강원 8곳 순이었다.

훼솝 습지 지도. [환경부 제공]

훼솝 습지 지도. [환경부 제공]

90%는 인위적으로 훼손 

2013년에 촬영한 경기도 가평군 승안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2013년에 촬영한 경기도 가평군 승안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골프장 조성으로 소실된 승안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골프장 조성으로 소실된 승안습지의 모습. [사진 환경부]

소실되거나 면적이 감소한 165곳의 습지 중 90%(148곳)는 인위적인 요인으로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논이나 밭,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하거나, 도로와 같은 시설물을 세웠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군 문호천의 수대울 하천습지의 경우, 2013년 조사 당시에는 원시 자연적인 상태로 잘 보전돼 있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곳에서 하천정비 사업이 시작되면서 현재는 나대지로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가평군의 승안습지는 골프장이 건설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습지가 자연적인 요인으로 초지나 산림으로 변한 경우는 10%(17곳)에 불과했다.

권헌각 국립습지센터 연구사는 “습지는 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비가 왔을 때 물을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는 등 하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습지총량제 도입 추진”

곡성 침실습지. [중앙포토]

곡성 침실습지. [중앙포토]

환경부는 이번 습지조사를 계기로 습지보전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습지 보호지역(총 45곳)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 대부분이 개발압력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선, 앞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할 때, 사업부지에 습지가 포함된 사업의 경우 중점평가 대상에 포함해 습지 훼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에 상응하는 신규 습지 조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습지총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습지총량제는 개발사업으로부터 습지의 소실과 훼손을 사전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 훼손된 습지 면적의 1.4배가 넘는 대체 습지를 조성하도록 했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에게 수자원 공급, 온실가스 흡수, 경관과 문화적 가치 창출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다“라면서, ”미래세대에게 이러한 습지의 다양한 혜택을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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