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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6000억 달러 수출시대 이끈 히든 챔피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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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6055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의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수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등 6개국이었으며 한국이 세계 7번째다. 지난해 수입도 전년 대비 11.8% 증가한 53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무역수지는 705억 달러 흑자로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빛이 난다. 특히 반도체는 1267억 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세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일반기계·석유화학도 사상 최초로 각각 연간 5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6000억 달러 수출엔 작은 기업들의 분투가 눈길을 끈다.

신발생산기업인 노바인터네쇼널은 폐업까지 갈 위기에서 해외 신시장을 발굴해 극적으로 2800만 달러 수출을 일궈냈다. 금속절삭가공 장비 생산업체인 휴텍은 장비 국산화에 성공해 125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국내 최대 연고제 회사인 태극제약(1000만 달러), 해외직구업체 메이사인터내셔널(2000만 달러) 등 국민이 잘 모르는 히든 챔피언들의 역할이 컸다.

올해 수출 여건은 지난해보다 크게 어려워질 여건이다. 세계 제조업 경기와 주요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안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한풀 꺾이고,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산업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몇몇 대기업만으론 6000억 달러라는 수출 규모를 유지하기 힘든 여건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기회를 잡는 히든 챔피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새해엔 히든 챔피언들이 더 많이 생기고 국제무대에서 훨훨 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