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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없이 한국경제 도약도 없다…"혁신 골든타임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미니버스를 통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고 전세버스 예약서비스로 사업모델도 변경했다. [사진 콜버스랩]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미니버스를 통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고 전세버스 예약서비스로 사업모델도 변경했다. [사진 콜버스랩]

콜버스랩(대표 박병종)은 2015년 12월 미니버스를 이용한 차량공유 서비스(콜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콜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하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모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제한적 형태의 ‘카풀’ 서비스였다.

사업 초기엔 하루 평균 이용고객이 400명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콜버스랩은 사업 시작 1년 6개월만인 2017년 5월 이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박병종 대표는 “정부는 ‘콜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발 빠르게 법을 개정했지만 디테일에 악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법 테두리에 넣으면서 또 다른 규제 사슬이 콜버스를 옭아맸다.

영업시간과 영업 차종을 제한했고, 운행 주체를 버스·택시 면허사업자에게만 허용했다. 박 대표는 “갈수록 규제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며 “문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를 잘못 디자인한 정부의 실패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콜버스 사업모델을 포기하고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업종을 바꿨다. 그는 “규제와 싸우는 동안 혁신의 ‘골든타임’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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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창의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갖고도 ‘규제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경쟁국들은 ‘샌드 박스(sandbox·아이들이 모래밭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육성하는 것)’로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환경은 ‘모래 지옥(quicksand)’이나 다름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창업기업의 3년 뒤 생존율은 39%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다. 1위인 스웨덴(75%)의 절반 수준이며 영국(59%), 미국(58%), 독일(52%) 등과 비교하면 ‘창업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오픈 서베이가 매년 발표하는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2년 연속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2017년엔 응답자의 43.1%가, 지난해엔 53.5%가 이렇게 답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1500개 기업 관련 법안 중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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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혁신성장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지난달 나온 2019년 경제정책 방향만 봐도 규제개혁 얘기는 한 마디도 언급이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미래의 아마존·페이스북 등을 꿈꾸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무실 불을 밝히고 있다. 이런 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업할 수 없으면 한국 경제는 활력을 되찾고 도약할 수도 없다. 중앙일보가 기해년 벽두부터 ‘규제 OUT’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다.

특별취재팀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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