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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골 함께 묻는 합장묘, 日서 급증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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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관리조합이 관리하는 한 합장묘지. [이이모리공원묘원조합 홈페이지]

묘지관리조합이 관리하는 한 합장묘지. [이이모리공원묘원조합 홈페이지]

여러 사람의 유골을 같이 매장하는 합장식 묘지를 새로 만들거나 확충하는 일본 지자체가 늘고 있다. 저출산으로 자식이나 손자에게 묘지 관리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지역 주민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31일 일본 지자체에 따르면 고베(神戶)시는 지난 7월에 첫 시영 합장묘를 개설했고 나가노(長野)현 스와(諏訪)시도 11월 말 합장식 묘지를 완공했다. 사이타마(埼玉)시는 현재 건설 중인 합장묘를 무연고묘 유골 수납수요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베시가 신설한 '히요도리고에(鵯越)합장묘'는 고베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고지대에 우뚝 선 석재비가 특징이다. 성묘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묘 뒤쪽에는 유골 항아리를 개별 안치하는 선반과 유골주머니를 수납하는 합장시설이 있다.

시가 2억엔(약 20억원)을 들여 정비한 합장묘의 개별안치 선반은 약 1만위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다. 시 당국이 7~8월에 첫 안치분으로 합장시설과 개별안치분을 합해 560위를 공모하자 응모건수가 3169건에 달해 경쟁률이 5.6배나 됐다.

고베시가 2015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폐묘'를 고려중인 사람이 25%에 달했다. 묘지 형식으로 납골당과 합장묘를 희망하는 사람이 50%에 달해 시 당국은 "장차 묘지관리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합장묘를 정비했다. 첫 수납자 공모 응모자의 60% 정도가 생전 신청자였다.

나가노현 스와시는 11월 말 시영공원묘원 부지 내에 첫 합장식 묘지를 완공했다. 1400위를 매장할 수 있는 규모다. 오는 2019년부터 이용자를 모집한다. 2012년에 합장묘를 정비한 나가노현 스자카(須坂)시는 매장능력 275위가 이미 모두 차서 12월에 약 1500위 분을 증설했다.

합장묘를 찾는 주민이 늘고 있는 건 인구 구조와 가구 구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40년에는 나홀로 가구가 2015년 대비 8% 증가한 1994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묘지를 돌볼 사람이 없어지는 셈이다.

사이타마시는 현재 건설중인 합장식 묘지의 일부에 무연고묘의 유골을 수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영 묘지에서 장기간 방치돼 무연고묘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묘가 올해 3월 말 기준 1700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4년에 비해 40% 증가한 것이다. 시 당국은 관리비 체납기간 등 일정한 무연고묘 판단기준을 정한 후 유골을 합장묘로 옮기는 '개장(改葬)'을 2020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개장으로 비게 되는 묘지에는 새 이용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관리비 부담이 적은 합장묘 영구이용권을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주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나가노현 고모로(小諸)시는 고향납세로 24만엔(약 240만원)을 기부하면 유골 1위분의 매장권을 주는 고향납세 답례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도권 거주자를 중심으로 이미 47명분의 신청이 들어왔으며 문의가 500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10월에 실시한 현장 투어에는 수도권 거주 60~80대 49명이 참가했다.

시 당국자는 "폐묘를 고려중인 사람과 자식에게 묘 관리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요코타 무쓰미(横田睦) 전일본공원묘지협회 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공영 묘지는 비용 등의 이유로 민간 묘지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안전망 역할을 하지만 지자체는 재정이 어려운 만큼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합장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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