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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김찬용 도슨트 인터뷰 "미술 세계로 안내하는 일, 자원봉사 대신 직업으로 선택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찬용 도슨트를 만나 직업에 대한 견해와 도슨트의 직업화를 위해 10년 넘게 현장에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찬용 도슨트와 김정연·윤예림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찬용 도슨트를 만나 직업에 대한 견해와 도슨트의 직업화를 위해 10년 넘게 현장에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찬용 도슨트와 김정연·윤예림 학생기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설명해주는 전시해설가, 도슨트(Docent)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작품에 대한 지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면 감상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데요. 이런 걸 도와주는 안내자가 바로 도슨트입니다. 어떤 도슨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시에 대한 감동의 크기가 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요. 평소 미술에 관심 많은 김정연·윤예림 학생기자가 낭랑한 목소리, 깔끔하고 유머 있는 해설로 팬을 몰고 다니는 김찬용 도슨트를 만나봤습니다. 학생기자들이 평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자 전시 해설하듯 재치 넘치는 답변을 해주셨죠. 직업에 대한 견해와 도슨트의 직업화를 위해 10년 넘게 현장에서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Q도슨트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활동하게 되었나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도세르(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미술관에서 작품 안내해주는 사람을 얘기해요. 유럽의 미술관 문화가 일본으로 먼저 들어간 뒤 국내에 들어왔고, 도슨트 문화도 같이 자리 잡았어요. 자원봉사 제도로 외국에 있던 게 그대로 들어오다 보니까 아직도 자원봉사로 많이 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한 엄마·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가 취미처럼 재능기부로 하는 형태였죠. 저를 포함해 의미 있는 일인데 꼭 자원봉사로만 있을 필요가 있을까, 제대로 직업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선생님은 도슨트를 직업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큐레이터·에듀케이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큐레이터는 기획자, 에듀케이터는 교육해주는 선생님, 도슨트는 안내자라고 보면 돼요. 영화로 얘기하면 감독이 큐레이터, 에듀케이터·도슨트는 조연 중 한 명이죠. 에듀케이터는 미술 공부를 시켜준다거나 그림 그리는 수업을 한다거나 특정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을 말하고 도슨트는 미술관 안에서 누구에게나 작품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라 서비스직에 가까워요.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는 미대 나오고 이론 전공을 해야 하는데 도슨트는 전공 상관없이 미술을 좋아하면 돼요.

김찬용 도슨트가 학생기자들의 질문에 전시 해설하듯 재치 넘치는 답변을 해주고 있다.

김찬용 도슨트가 학생기자들의 질문에 전시 해설하듯 재치 넘치는 답변을 해주고 있다.

도슨트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대학 졸업할 때 되면 부모님들이 보통 순수미술을 잘 안 시키려고 해요. 취업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요. 선생님도 졸업할 때 '그림 그리는 게 참 재밌긴 한데 그림을 팔아서 먹고살기에 나는 천재는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미술을 너무 좋아하니까 관련해서 일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찾다가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처음 들어봤어요. 근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미술은 재밌는데 왜 안내를 들으니 더 재미없지, 안내하는 사람이 조금만 더 잘해주면 미술이 재미있을 텐데 싶어서 시작한 게 11년이 됐어요. 처음에는 저도 자원봉사 플러스 부업처럼 도슨트를 하다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이걸 직업화시키기 위해서 더 열심히 여기에만 집중해야지' 마음먹고 8년 전부터는 아예 다른 일을 다 정리하고 전업 도슨트만 하면서 살고 있어요. 전업이라고 하다가도 보통 2~3년 못 버티고 에듀케이터가 된다거나 큐레이터가 된다거나 비슷한 다른 쪽 안정적인 월급제 직업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전업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극소수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다 자원봉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대다수기 때문에 일을 하면 월급을 받는 게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힘들어하죠.

도슨트 외에도 여러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2~3년 전까지는 도슨트 일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서 후배들한테 '해외 안 가고 한국에서 혼자 공부해서 도슨트만 해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어'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2~3년 전에 힘을 가진 윗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한 전혀 바뀌지 않겠구나 깨달았죠. 요즘엔 유튜브도 하고 책도 쓰며 강연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슨트로서 저를 부르는 자리에는 다 가서 외부업무도 많이 하다 보니까 어른들은 참 재미있는 게 자기들 밑에서 열심히 일할 때는 막 대하다가 밖에서 대접받는 것 같아 보이니까 갑자기 대접해주기 시작했어요. 밖에서 유명해지니까 미술계에서도 주목받게 되고 사회생활이 이렇게 참 슬퍼요(웃음).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어요.

Q유튜브도 직접 제작하시는 건가요.
3~4년 전에 미술 유튜브 채널을 혼자 만들었어요. 근데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미술은 안 봐요. 그럼 구독자를 먼저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바꿔볼까 생각했죠.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채널을 만들어 구독자를 2만 명을 만들어놨어요. 그 상태에서 직접 편집하면서 살기에는 전업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보니까 고민하던 찰나에 어떤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붙여줄 테니 한번 키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죠. 미술채널로 뒤짚어 엎었는데 그러자마자 구독자가 4000명이 빠져나갔어요. 미술이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는데 그걸 대중화시키는 게 목적이죠.

김찬용 도슨트는 10년 넘게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마크 로스코전·뭉크전·고갱전·자코메티전 등 70여 개의 전시에 참여했다.

김찬용 도슨트는 10년 넘게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마크 로스코전·뭉크전·고갱전·자코메티전 등 70여 개의 전시에 참여했다.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 도슨트를 하셨는데 차이점이 있나요.
사실 서양화 전공이라서 서양화 전시 참여할 때 제일 쉬워요. 아는 게 기본적으로 더 있으니까 준비 시간도 짧고 할 말도 많죠. ‘루나파크전’ 같은 디자인 전시나 지금 메인으로 참여하는 ‘이매진 존레논전’은 음악 분야다 보니까 추가로 공부해야 할 게 많죠. 공부하는 걸 즐겨야 돼요.

도슨트를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가벼운 말로는 눈치 잘 봐야 된다 하고 좋아하는 단어로는 이타심이 큰 사람이 좋아요. 상대방 눈과 표정 보면서 이걸 집중해서 듣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 너무 힘들어하는지 판단해서 진지하게 깊은 얘기를 많이 할지 아니면 농담을 던지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 좋을지 이런 상황 판단이 빠른 게 중요해요. 요즘 국공립 미술관 같은 데에서 많이 하는 어린이 도슨트 교육에 참여해 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슨트가 하는 일과 직업의 현실과 전망 등을 정확하게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슨트가 하는 일과 직업의 현실과 전망 등을 정확하게 알아봤다.

소중 독자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도슨트 직업 전망도 더 좋아질 것 같나요.
그럼요. 제가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인터뷰하러 오면 늘 ‘하지 마세요, 할 게 아니에요’ 했는데 이제 월급제 도슨트라는 것도 몇 군데 생겼어요. 제 목표는 길을 잘 만들어놓고 빠지는 거예요. 이 일이 좋다고 “전 만원만 줘도 그냥 할게요” 하다가 사라져 버리면 “경력 10년 넘는 쟤도 만원 받고 일하는데 어린 니들이 뭘 더 받으려고 그래” 이렇게 말하겠죠. 제가 어느 정도 맞춰놓고 사라져야 “쟤가 이만큼 받으니까 너희는 이 정도까지 맞춰줄게” 이런 게 가능하겠죠. 돈 욕심이 있어서 임금을 올린다기보다는 제가 그걸 최대한 끌어올려 놔야 후배들도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어서 바꾸려고 하는 거예요. 사실 도슨트 일은 돈이 안 돼서 진작 미술관에서 빠져서 강연 같은 거 하면 몇 배는 더 벌 수 있을 텐데, 일부러라도 주 5일씩 미술관에 있는 이유기도 하죠.

Q도슨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만큼 재밌고 행복한 일이 없어요. 처우 개선을 위해 앞에 뛰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변화는 시키고 있으니까 우리 학생들이 성인 되고 꿈을 펼칠 때가 되면 분명 많이 개선되어 있을 거라고 봐요. 여러 기회가 어린이·학생들한테도 제공되고 있으니까 충분히 많이 경험해보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도전하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은 도슨트로 성공하겠다 이런 게 목표가 아니라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이 도슨트이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꼭 도슨트가 아니라도 ‘난 뭐 하고 살면 행복함이 최대한 크게 유지될까’ 그걸 고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차이가 궁금했는데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어요. 도슨트를 하기 위해서 꼭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하셨죠. 평소 미술을 좋아하지만 전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전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도슨트에 더욱 관심이 생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이 올리신 유튜브를 보았는데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왜 유명한 도슨트 선생님이 되셨는지 알 수 있었죠. 저도 미술과 그림에 대한 관심을 키워 도슨트 자원봉사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김정연(서울 월곡초 5) 학생기자

평소 미술을 좋아하지만, 굳이 미술관을 가거나 찾아보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미술관 도슨트께서 해주시는 설명이 지루하거나, 혹은 너무 어려워서 작품 감상에 흥미를 못 느꼈기 때문인데요. 이번 취재 후에 도슨트라는 직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김찬용 도슨트님은 개인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sns 활동도 하시는 등 사람들에게 미술을 쉽게 접해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도슨트가 직업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하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윤예림(서울 목운초 6)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정연(서울 월곡초 5)·윤예림(서울 목운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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