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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학생 스스로 권리 찾으려는 노력…51개 정책으로 나타나

중앙일보

입력

소중 독자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소년중앙 7기 학생기자이자 2018년 12월 4일 서울시 아동명예시장으로 임명된 윤주영입니다. 저는 소중 학생기자가 된 2017년부터 2년간 성북구 어린이의회 활동을 함께했어요. 평소 어린이와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 여러 분야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소중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어린이들이 바라는 대선 공약을 가상으로 생각해 기사를 써 보고, 학교폭력과 소년법 관련해 표창원 의원을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정치와 사회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됐죠.

윤주영 학생기자는 성북구 어린이의회 의원, 의장을 거쳐 서울 아동명예시장 역할까지 맡게 됐다. 사진은 성북구 어린이의회 회의 모습.

윤주영 학생기자는 성북구 어린이의회 의원, 의장을 거쳐 서울 아동명예시장 역할까지 맡게 됐다. 사진은 성북구 어린이의회 회의 모습.

올해는 어린이의원에서 나아가 의장을 맡았는데요, 서울시 아동명예시장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성북구 교육아동청소년담당관의 추천을 받고, 명예시장 선발심사위원회를 통과해 아동명예시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임기는 1년이지만 명예시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면 1년 연임도 가능하죠. 저는 3기 명예시장이고요. 아동뿐 아니라 어르신·여성·장애인·청소년 등 14개 분야에 명예시장이 위촉됐습니다. 서울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와 현장의 요구를 잘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예요.
아동명예시장이 되어 공식적으로 참석한 첫 일정은 ‘서울특별시 아동참여 정책토론회’입니다. 서울시는 아동친화도시 기본 계획에 따라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올 8월부터 5달간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어요. 그중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은 아동·청소년의 정책 참여 활성화를 목적으로, 초·중·고 학생들과 멘토 100명이 10개의 당을 만들어 생활 속 아동 권리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정책으로 개발했죠.

아동을 비롯한 14개 분야 명예시장들과 함께. 앞줄 왼쪽에서 둘째가 윤주영 학생기자, 왼쪽에서 넷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아동을 비롯한 14개 분야 명예시장들과 함께. 앞줄 왼쪽에서 둘째가 윤주영 학생기자, 왼쪽에서 넷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당당한 청소년 권리당’‘힘들면 말해도 된당’ 등 10개 당은 12월 8일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 모여 정책을 발표했어요. 안전한 등굣길 확보, 아동·청소년을 위한 놀이공간 조성, 안전 귀가 도우미 애플리케이션 제작, 과도한 조기교육 금지 등 현실과 닿아있는 실용적인 정책이 51개나 나왔죠. 대회·공모전·행사 등의 참가 자격을 재학생으로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학교 밖 청소년 차별금지’ 정책, 학교에서 성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현재의 수업방식을 학생 참여 방식의 토론과 발표로 바꿔 달라는 의견 등도 눈에 띄었어요.
정책 발표 후에는 설규주 경인교육대 사회교육과 교수님이 주제 강연을 했습니다. 참여와 동원의 차이를 설명한 뒤 어렸을 때부터 아동참여 정책 토론회와 같은 정치 참여 활동을 해보는 것과 자발적인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이 일상에서의 아동 권리 침해 상황을 조사,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포토보이스, 포스터 제작 등의 활동을 한 것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앞당기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서울시에 거주하는 초·중·고생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해 아동권리 전문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초·중·고생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해 아동권리 전문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아동 권리 전문가들의 토론도 펼쳐졌어요. 박애선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은 “주민등록증같이 9~24세 청소년에게 ‘청소년증’을 만들어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만 소지하는 학생증이 사라지게 하는 것도 차별을 없애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했고요. 김원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원은 “아동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마을 단위의 참여 체계가 확대되어야 된다”며 아동영향평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모니터링단 운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죠. 또 안경천 서울시 아동친화도시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토론회에서 제언된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아동참여 정책토론회에서 아동명예시장으로서 축사하는 윤주영 학생기자.

서울시 아동참여 정책토론회에서 아동명예시장으로서 축사하는 윤주영 학생기자.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도권 밖 학생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다문화가정 및 저소득층 청소년이 차별받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이 학교 안에서 학년에 맞는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을 권리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려면 사교육이 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학원만 다니는 저와 달리 주변 학생들은 대부분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데요.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많이 해서인지 수업을 시시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또 몇몇 선생님은 어려운 문제를 설명하지 않고, 학원에서 배우라거나 선행학습을 전제에 깔고 수업을 하셔서 꼭 필요한 개념을 꼼꼼히 가르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학생 스스로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그동안은 왜 빠져있었는지, 교육감 선거라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됐죠. 불합리와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더욱 많이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글·사진=윤주영(서울 정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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