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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논문에 자녀 끼워넣기’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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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윤서 기자 중앙일보
남윤서 교육팀 기자

남윤서 교육팀 기자

경북 지역 한 대학의 A교수는 논문 2편을 쓰면서 고등학생 딸을 공저자로 올렸다가 올해 초 교육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A교수는 “자녀가 자료 수집, 엑셀 작업 등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조사에서 적발된 부산의 한 대학교수도 고등학생 딸이 “논문 초안 작성에 기여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최근 10년간 논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86명의 교수가 148건 논문에서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논문에 자녀 끼워 넣기’는 대입에서 좋은 ‘스펙’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논문에 미성년자 자녀가 저자로 올라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올리는 행위를 연구 부정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이들 자녀의 연구 기여도를 평가하고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대부분은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러자 교육부가 미성년자 자녀의 논문 참여를 사전에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30일 발표한 2019년 학술연구지원사업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는 미성년자나 연구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연구에 참여하는 경우 연구비 지원 기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않을 경우 사업비 지원을 중단하고 향후 1년간 지원에서 배제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어디까지나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된 대책이다. 학계에서 자율적으로 출간하는 학술지 등에 발표하는 논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교육부는 앞으로 매년 교수 자녀의 논문 저자 등록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 본인이 아닌 동료 교수 논문에 참여시키거나 연구에 기여했다는 자료를 만들어두는 등 빠져나갈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교수의 연구윤리 문제는 ‘윤리’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교수 사회의 자정 노력에 기대왔다. 그러나 일부 교수의 비윤리적 일탈을 막을 장치조차 없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정성과 신뢰가 생명인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성년자 논문 저자 문제는 더욱 그렇다. 저자의 범위는 주저자인 교수의 권한이지만, 외국의 경우 정부 기관이나 학문 분야별 학회에 따라 명확한 저자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신뢰를 더 잃기 전에 정부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문 저자 자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감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남윤서 교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