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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자기 말만 하지만 남 얘기 반영…文, 결국 자기 뜻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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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보수 논객으로 활약 중인 정두언 전 의원이 자신의 일식집에서 서빙하고 있다. [사진 공성룡]

보수 논객으로 활약 중인 정두언 전 의원이 자신의 일식집에서 서빙하고 있다. [사진 공성룡]

이명박(MB) 정부에서 ‘왕의 남자’로 승승장구할 것이라 예측됐던 ‘개국공신 실세의원’은 정권 초반부터 MB의 ‘형님’ 이상득 전 의원 측과 갈등을 빚었다. ‘권력 사유화’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두 세력 사이 골은 더 깊어졌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옥살이한 뒤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총선 낙선과 이어진 우울증이 한동안 그를 덮쳤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얘기다.

일식집 차린 정두언 전 의원 #"노무현은 자기 얘기만 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 얘기 다 반영 #문 정부, 노무현 아닌 박근혜 2기"

2016년 총선 낙선 후 생계를 위해 방송국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정 전 의원은 보수 논객으로 활약 중이다. 매일 1개 이상의 방송 일정이 잡혀있다. “방송 수입이 의원 시절보다 훨씬 낫다”고 할 정도다.

그런 그가 서울 마포구 일식집 사장님이 됐다. “입으로만 평생 먹고 살 수 없으니, 노후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직 정권 실세가 발레 파킹(valet parking)도 해준다’는 소문이 난 그 식당을 27일 찾아 밀착 마크했다.

개업(24일)한 지 나흘째다.
"가오픈까지 포함하면 열흘 정도다. 자영업이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오픈발’로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식당에서 맡은 업무는 뭔가.
“‘셔터맨’인 건 분명하고. 식당 투자자면서 영업 상무, 또 사람들 응대도 하는 ‘마담’이기도 한데, 실제 운영은 요식업 경험이 있는 아내가 맡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카드단말기 사용도 익숙지 않은 듯했다. 초짜 장사꾼이었다. 화장실 청소 등 잡무부터 배우는 중이라 한다.

요즘 자영업이 힘들다는데 해보니 어떤가.
“직원이 8명이라 인건비 부담이 제일 크다. 직원이 8명이면 한 달에 3000~4000만원이 나가는 건데, 버텨낼지 모르겠다. 지금 최저임금 인상 등 얘기가 나오는데 내년 정초 되면 삼중고에 빠진다. 엄청난 쇼크가 될 거다. 이 정부는 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아주 꽉 막힌정부 같다.”

자영업 얘기는 자연스레 정치 이야기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가 뭘까.
“국정 핵심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인데 이 정부는 그걸 모르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정부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나. 노동정책도 귀족근로자만을 위한 정책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귀족근로자만 혜택받는다. 그런 바보 같은 정책이 어디 있나. 지지율 하락은 자업자득이다.”
문 정부가 다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종쳤다. 문 대통령은 너무 꽉 막혀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자면, 노 전 대통령은 남의 얘기는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한다. 근데 결국 보면 남의 얘기가 다 반영된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얘기는 안 하고 경청을 열심히 한다. 근데 그 말 안 듣고 결국 자기 생각대로 간다. 꽉 막힌 사람이다.”
이 정부가 ‘종쳤다’고 본 계기가 있나.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서다. 얼마 전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에 대해 속도 조절할 것처럼 말하길래 ‘이제 정신 차렸나 보다’ 했는데, 며칠 만에 이 개정안을 들고 나왔지 않나. 남들이 뭐라 하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거다.”
경제 말고 다른 문제는 어떤가.
“이 정부가 노무현 2기 정부라는데, 그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2기 정부다. 하는 일이 똑같다. 낙하산 인사, 블랙리스트, 불법사찰, 언론 장악하는 게 다 그대로다. 좀 있으면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질 거다.”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내후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해볼 만하겠지만, 한국당의 치명적 약점은 차기 주자가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민주당 내 유력 주자는 누군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아웃됐고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도 희미하다. 이낙연 총리와 유시민 작가가 유력해 보인다. 유 작가도 지금처럼 현 정부를 계속 비호만 해서는 유리하진 않을 거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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