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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장애인 비하 구설…장애인단체 “인권 교육부터 받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및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및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잇따른 설화(舌禍)로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초 ‘베트남 여성’ 선호 발언에 이어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놓고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가 하면 장애인 비하 논란까지 겹치며 곤혹스러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야권에선 ‘대표직 사퇴’ 요구가, 여권에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정신장애인 많다” 발언 #야권선 “대표 물러나는 게 도리”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28일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하 자리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며 발언했다가 “아, 말을 잘못했다”며 급히 수정했다. 하지만 또다시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파문이 퍼지자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를 비판하며 비유를 든 것”이라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20일엔 고 김용균 씨의 참극을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결해 정략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는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사업 육성 특별위원회’ 출범식 축사에서 “정말로 저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지난 3일 국회를 방문한 친딩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에게 “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여성계 등에선 ‘여성을 선택할 수 있는 물건처럼 인식하는 차별적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11월 18일엔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리핀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못살고 가장 불안한 낙후된 나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 대표가 유독 약자들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왔다”며 당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장애인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과 본인의 볼품 없는 인격으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급하고 왜곡된 인식을 감추지 못했다”며 “깨끗하게 책임지는 모습으로 당 대표직에서 즉시 내려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발언을 ‘배설 수준’이라며 “이 대표의 부적절한 언사가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여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정치권 수치(羞恥)의 표상인 이 대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다음번 비하 대상은 누구일지 집권 여당 대표의 ‘비하 노트’가 나올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영화 ‘데스노트’에 비유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국무총리 시절에도 설화가 잦았다. ‘도덕적 해이’에 빗댄 ‘오럴 해저드(Oral Hazard)’라는 말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가운데 당 대표가 수습은 못 할망정 나가서 ‘사고’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장애인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0일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장애인을) ‘정확하게 비하한 것’”이라며 이 대표의 공식 사과문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변명 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장애인 인권 강사에게 교육을 제대로 받겠다는 재발 방지 입장과 함께 사과문도 다시 발표해야 하며,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과 당직자, 전국장애인위원회 위원도 해당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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