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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으로 모집, 공무원 출신이 전략짜기도…난민브로커 천태만상

중앙일보

입력

제주도의 출입국사무소 외국인청에 난민신청자들이 방문하는 모습. [뉴시스]

제주도의 출입국사무소 외국인청에 난민신청자들이 방문하는 모습. [뉴시스]

"진짜 난민을 보호하되, 불법 난민브로커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올 6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겪으며 형성된 여론이다. 박상기 법무장관 역시 이런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불법 난민브로커들은 어떻게 활동할까?

난민법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나 체류기간 만료가 임박한 외국인이 난민신청을 하면 체류자격이 기타(G-1)로 변경되면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 합법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심사를 통해 난민인정신청이 불인정 되더라도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통해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3개월마다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물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지만, 난민브로커들은 그 사이 체류기간 연장 절차를 대행해주면서 돈을 벌고 있다.

‘위챗’으로 중국인 모집 ‘동포형’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며 식당과 여행업체를 운영하던 조선족 A씨와 B씨는 지난 2월쯤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뒤 돈을 벌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건네 들었다. 이들은 한국어가 서툰 동포들을 대상으로 난민신청을 대행하고 관련 절차를 대행해주면서 수익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우선 난민신청을 원하는 신청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위챗’을 이용하기로 했다. A씨 등은 위챗에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후 체류자격을 변경, 서울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중국인을 대상으로 냈다.

이를 보고 연락을 취해 온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A씨는 '파룬궁을 믿는 것처럼 허위 난민신청을 해야만 제주도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하며 허위난민 신청 절차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어 적게는 935만원에서 많게는 1105만원을 받고 체류자격 변경 및 난민인정신청서 작성을 대행해줬다. 이렇게 이들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중국인 11명의 난민인정신청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 6월 제주도가 난민 문제로 도외이탈을 제한하자 7월부터는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난민신청을 원하는 중국인의 사진을 위챗으로 넘겨받아, 해당 사진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뒤 전달했다. 그러나 위조된 주민등록증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이 적발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황미정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인정사유 1000여건 분석 ‘전략형’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C씨는 용돈 벌이를 위해 행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난민신청 대행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불법 난민브로커들이 활동을 하고 있었고, C씨는 자신만의 전문성이 필요했다.

C씨는 과거 공무원 시절 알고 지내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부탁해 출입국정보시스템(ICRM)을 통해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 난민불인정사유서 등 난민접수내역 1109건을 건네받았다. C씨는 이를 토대로 난민 인정사유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난민접수가 될 수 있는 사유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나 체류 기간 만료가 임박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홍보했다. C씨는 외국인 브로커가 모집해 온 불법체류자들에게 파룬궁, 전능신교를 믿는다고 진술하라는 등의 허위 난민신청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난민불인정결정이 내려진 경우에 이에 대한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에 필요한 서류 대행까지 약속했다.

C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2016년 2월2일부터 2017년 1월25까지 35회에 걸쳐 허위난민신청서를 제출해 외국인등록 및 체류자격변경 허가를 받았다. 또 30회에 걸쳐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불복 취지의 행정심판청구서 작성해주고 행정소송 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는 등 난민브로커계의 전문가로 떠올랐다. 그러나 첩보를 받고 조사에 나선 출입국사무소에 적발됐고, 지난 1월 출입국관리법 및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난민신청 경험살려 ‘경력형’

자신의 난민신청 경험을 살려 전문 난민브로커로 나선 외국인도 적지 않다. 20대 파키스탄인 D씨는 2014년 국내 유학생자격으로 입국해 2015년12월까지 난민신청을 한 후 불복철차를 통해 계속해서 신청자의 지위를 유지하며 생활했다. 그러나 2018년 1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신청자 지위 잃은 후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D씨는 이후 태국 출신의 난민브로커 일당과 공모해 태국인들을 대상으로 난민신청 과외를 진행했다. "개종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공익신고 후 마약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 등 난민신청에 필요한 허위사유를 알려주고 답변을 암기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난민브로커 및 가짜난민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한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진짜 난민은 보호하고 가짜 난민과 브로커는 엄벌하기 위해서는 난민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기준은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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