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목이 '좋맛탱'? 급식체 모르면 '핵인싸' 아니죠

중앙일보

입력 2018.12.29 08:00

업데이트 2018.12.29 08:15

급식체를 제목으로 사용한 tvN 드라마 '#좋맛탱' [사진 tvN]

급식체를 제목으로 사용한 tvN 드라마 '#좋맛탱' [사진 tvN]

‘#좋맛탱’
신조어를 즐겨쓰는 10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채팅방에 올려놓은 단어가 아니다.  24일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된 2부작 드라마의 제목이다.
TV 예능프로그램들이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10대들이 쓰는 말)를 자막이나 멘트로 활용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웹예능이나 1인 방송이 아닌, 영향력있는 케이블채널이 드라마 제목에까지 ‘좋맛탱’같은 급식체를 사용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신조어 문화가 방송가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유행이자 흐름으로 확산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10대 신조어 급식체, 드라마 제목에까지 침투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 각광받는 친구)‘핵인싸’(‘핵’과 ‘인싸’의 합성어, 무리 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친구)‘아싸’(아웃사이더, 겉도는 친구)같은 급식체가 예능 프로의 단골 멘트가 됐고, 이를 모르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힘든 시대다. 성인남녀의 30.7%가 급식체를 사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tvN 드라마 제목 ‘좋맛탱’은 급식체인‘존맛탱’을 방송용으로 ‘순화’시킨 것이다.  ‘존맛탱’은 네이버 오픈사전에 “매우 맛있음을 뜻하는 ‘존맛’에 강조하는 의미로 ‘탱’을 붙인 말”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젊은 층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다. ‘JMT’라고도 한다. 욕설처럼 들려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서민정 PD는“대학생 타깃의 드라마다 보니 트렌드 반영 차원에서 급식체 제목을 달았다. 대학생 남녀 주인공(김향기ㆍ김민규)이 맛난 디저트를 매개로 사귀게 된다는 내용에도 적합했다”고 말했다.
중년의 바이럴마케팅회사 팀장(정성호)이 젊은 팀원들로부터 ‘아싸’가 되지 않기 위해 급식체를 ‘열공’하는 내용의 앱드라마 ‘김슬기천재’(JTBC)도 내년 상반기중 방영된다.
극중 ‘두준두준’(두근두근) ‘설리설리’(설렘설렘) 등 유행 지난 신조어를 태연하게 쓰다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다)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글로만 쓰는 ‘롬곡옾눞’(‘폭풍눈물’을 180도 뒤집어서 만든 급식체)을 말로 했다가 눈총을 받기도 한다.

JTBC 앱드라마 '김슬기천재'에서 급식체를 열공하는 팀장 역을 맡은 정성호 [사진 JTBC]

JTBC 앱드라마 '김슬기천재'에서 급식체를 열공하는 팀장 역을 맡은 정성호 [사진 JTBC]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민지 PD는 “10대 청소년들로부터 급식체 자문을 받았다”며 “급식체를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민망해지는 팀장 캐릭터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서유기’(tvN), ‘아는 형님’(JTBC), ‘나 혼자 산다’‘전지적 참견 시점’(이상 MBC) 등 인기 예능프로 자막에선 ‘핵인싸’‘갑분싸’등 급식체 사용이 일상화됐다. 방송에서 ‘오지다’‘지리다’(대단하고 엄청나다)라고 하는 예능인들도 많다.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V예능프로그램의 급식체 자막

‘TMI’(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 너무 과한 정보란 뜻)의 경우 초반엔 용어해설을 달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tvN의 ‘SNL코리아’는 지난해 ‘급식체 특강’코너를 만들어 화제를 끌기도 했다.

예능자막은 물론 노래가사, CCM에도 급식체 등장  

노래 가사에도 급식체가 등장하는 추세다.
“이런 내 맘 나도 모르겠어 이건 레알 빼박 켄트(빼도 박도 못하다)… 정신 못 차리게 모든 이유 바로 너 ㅇㅈ ? ㅇㅇㅈ(인정? 어 인정)”(프로젝트 걸그룹 유니티의 ‘난 말야’)
“헤어지는 마당에 뭘 이런 거까지 알리나 이를테면 그녀에게 흔들린 것 그건 정말이지 TMI”(유빈의 ‘Thank U Soooo Much’).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의 노래는 제목부터 ‘레알 남자’다. 급식체를 사용한 CCM(현대교회음악)까지 등장했다.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구요)/예수는 진리신 분 (진리구요)/그의 능력친 만랩/한계가 없으신 클라스… ㅇㅈ (범사에 그를 인정해)(ㅇㅈㅇㅇㅈ)”(‘오진 예수’)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예능의 주 소비층인 10~20대가 본방송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하이라이트 스트리밍까지 챙겨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급식체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예능프로가 ‘한글파괴’를 조장한다며 신조어ㆍ줄임말 사용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나친 ‘엄근진’(엄격ㆍ근엄ㆍ진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는 형님’(JTBC)의 김수아 PD는 “띵곡(명곡, ‘명’대신 비슷한 모양의‘띵’을 사용) 처럼 너무 장난스럽거나 비속어 느낌의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며 “욕설 또는 혐오의 느낌만 주지 않는다면 급식체는 재미있는 문화현상이기 때문에 방송사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단절 초래하는 언어파괴' vs '디지털세대의 창의성 있는 신조어' 

물론 급식체가 세대 간 소통단절 등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국어원 김문오 과장은 “줄임말과 신조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언어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서만 소통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 결국 사회 전체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신조어를 놀이처럼 소비하는 현상은 어느 세대에나 있어왔던 일로, 규제나 단속같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터넷 저널리스트 임문영 씨는 “인터넷 언어에 활자문화의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기준으로 보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가사 또한 황당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세대의 언어유희를 새로운 언어적 발상이자 창조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지금 모든 세대가 즐겨쓰는 ‘핵꿀잼’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창의성 있는 신조어”라며 “신조어 중에서 혐오와 차별의 용어만 통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사무국장도 “급식체를 언어파괴로까지 볼 필요는 없다”며 “SNS 때문에 확산속도가 빨라졌다는 차이만 있을 뿐, 기성세대도 ‘킹왕짱’‘웬열’‘캡’‘즐’‘고고씽’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소비해왔다. 세대간 소통의 매개체로 신조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시대의 열망과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들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뿐, 결코 청소년의 정서를 좀먹거나 언어를 파괴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알아두면 ‘인싸’되는 급식체 용어 해설이 이어집니다. 스크롤을 멈추지 마시길~)

정현목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gojhm@joongang.co.kr

◇알아두면 ‘인싸’되는 급식체 용어들

▶ㄱㅇㄷ(개이득): 뜻하지 않은 이득
▶실화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져 깜짝 놀랐을 때
▶~각, ○○각: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보일 때
▶ㅇㅈㄱ: 인정각
▶ㅇㄱㄹㅇ: 이거레알? 진짜?
▶ㄹㅇㅍㅌㅂㅂㅂㄱ: 레알팩트반박불가
▶렬루: 정말로, ‘리얼(real)로’를 귀엽게 발음
▶에바참치: 과도한 일이 주어지거나,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오지고 지리고: 정말 좋고 멋진 것을 봤을 때
▶어그로: 튀는 행동으로 관심 끌려는 사람 또는 행위
▶JMT(존맛탱): 너무 맛있다
▶문찐:문화찐따, 문화나 최신 유행에 뒤처진 사람
▶덕질: 좋아하는 분야에 파고듬
▶입덕: 입학과 덕질의 합성어, 팬이 되다
▶어덕행덕: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성덕: 성공한 덕후
▶덕계못: 덕후가 계를 못탄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연예인이 동네에 왔는데 운없게 외출했을 경우
▶탈덕: 덕질을 그만 둠
▶비담: 비주얼 담당
▶애빼시: 애교 빼면 시체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
▶존버: 존* 버티다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또삐: ○○이(가) 또 삐쳤다
▶말넘심: 말이 너무 심하다
▶별다줄: 별걸 다 줄인다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상: 마음의 상처
▶버카충: 버스카드 충전
▶문상: 문화상품권
▶누물보?: 누구 물어보신 분?
▶머쓱타드: ‘머스타드’소스와 ‘머쓱하다’를 합친 말
▶혼코노: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다
▶혼술: 혼자 마시는 술
▶혼밥: 혼자 먹는 밥
▶혼영: 혼자 보는 영화
▶가즈아: ‘가자’를 늘여쓴 말,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
▶띵작ㆍ띵곡ㆍ띵언: ‘명’대신 모양이 비슷한‘띵’을 쓴 표현. 명작ㆍ명곡ㆍ명언
▶커엽: ‘귀’대신 모양이 비슷한 ‘커’를 쓴 표현. 귀엽다
▶동의? 어 보감: 동의하니? 응, 동의해
▶인정? 어 인정: 인정하니? 응, 인정해
▶댕댕이: ‘멍멍’대신 비슷한 모양의‘댕댕’을 쓴 표현. 강아지
▶롬곡:‘눈물’을 180도 뒤집어 놓은 말
▶롬곡옾눞: ‘폭풍눈물’을 180도 뒤집어 놓은 말
▶머박: ‘대’와 비슷한 모양의 ‘머’를 쓴 표현. 대박
▶할많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나일리지:‘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 나이를 앞세워 갑질하거나 우대받기 원하는 사람 또는 행동
▶무지개매너: ‘무지’와 ‘개매너’의 합성어. 매너가 완전 꽝
▶법블레스유:‘법’과 ‘블레스(blessㆍ축복하다)’‘유(you)’의 합성어, 법이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죽었다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다
▶갑분띠: 갑자기 분위기가 띠용하다(어리둥절하다)
▶갑분교: 갑자기 분위기가 교장선생님 훈화할 때 같다
▶엄근진: 엄격, 근엄, 진지의 합성어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좋못사: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다
▶우유남: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
▶가싶남: 가지고 싶은 남자
▶세젤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최애: 가장 좋아하는
▶인싸: 인사이더, 각광받는 친구
▶핵인싸: 무리 속에서 가장 각광받는 친구
▶아싸: 아웃사이더, 겉도는 친구
▶마싸: My+Sider, 유행이나 남의 말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는 사람
▶사바사: 사람 by 사람, 사람에 따라 다르다
▶번달번줌?: 전화번호 달라고 하면 번호 줌(줄거니)?
▶고답이: 고구마를 목이 막히게 먹은 것처럼 답답한 사람
▶남아공: 남아서 공부나 해
▶댓망진창: 댓글이 엉망진창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팬아저: 팬은 아니지만 (사진 또는 동영상이 멋있어서) 저장
▶파덜어택: 아빠에게 혼났다
▶TMI:‘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할 때
▶빼박캔트: 빼도박도+못한다(can't),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나타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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